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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중-바티칸 수교 급물살…“최대 난관인 주교 임명안 3월 서명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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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수교국 단교 도미노 우려 대만, 몰타기사단 이전 고민

홍콩 전 주교 “교황청이 중국내 가톨릭 신도 팔아버렸다” 비난

중앙일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을 방문한 중국 교인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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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르면 3월 중국과 이미 합의한 주교 임명 방안에 서명하는 데 동의했다고 이탈리아 언론이 로마 교황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럽 내 유일한 대만 수교국인 바티칸이 중국과 주교 임명안을 타결해 국교 수립의 장애물을 제거하면 대만의 외교적 고립이 최악의 상황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구체적인 주교 임명방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황청은 이미 비밀리에 서품한 중국 내 지하교회 주교 2명에게 퇴임과 교구 양위를 요구했으며, 중국 관영 천주교단이 독자 임명한 주교 7명에 단행했던 파문을 철회한 상태다. 결국 중국 관영 교단의 존재를 바티칸이 인정하는 방식으로 협의가 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로마 교황청 소식통이 “3월부터 하루하루가 모두 (바티칸과 중국이 주교 임명 합의안에 서명하기)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고 이탈리아 석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보도했다. 홍콩 명보는 20일 “교황청 소식통이 비록 바티칸이 중국과 수교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다음 단계로 조만간 외교관계 복원에 나설 것은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바티칸 양측은 이미 합의안 서명에 동의했으며 중국 측 대표자와 서명 장소 등 각론만 남은 상태지만 서명 직전까지 어떤 의외의 변수가 발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교황청 인사가 덧붙였다. 오는 3월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후 유럽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을 로마에 파견에 서명식을 치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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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바티칸 전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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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바티칸이 양측 협의 과정의 불투명성이 교회 내부의 불만과 국제 여론의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거나 중국이 생각을 바꾸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나쁜 합의라도 우선 서명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명보는 종교 업무와 무관한 왕차오(王超) 중국 외교부 유럽 담당 부부장이 대표로 서명한다면 양측 합의가 주교 임명 문제보다 수교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당장 대만은 비상이 걸렸다. 중화민국 주교황청 대사관은 중국과 바티칸 수교가 이뤄질 경우 ‘몰타 기사단’으로 이전하거나 교황청과 협의가 가능한 별도의 ‘문화기구’를 설립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몰타 기사단’은 나폴레옹에 의해 몰타에서 추방된 뒤 이탈리아 로마에서 활동 중인 가톨릭 수도회이자 국제법상 주권국가로 인정받는 조직으로 지금까지 중국과 대만 양안과 수교 관계를 맺지 않은 상태다.

교황청과 대만의 단교와 현실화되면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부는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대만은 지난해 6월 중남미 맹방 파나마가 단교하면서 수교국이 20개국에 불과한 상태다. 특히 20개국 가운데 9개 나라가 가톨릭 국가라 교황청을 따라 연쇄 단교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미국도 민감하게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교황청이 중국과 서명을 서두르는 이유로 광대한 중국에 가톨릭 선교를 확대하려는 의도와 중국 내 지하교회와 관영 애국교회의 통합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내에는 바티칸과 중국의 수교에 찬반양론이 경합하고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상태라 미국 역시 반대하지 못하고 향후 파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은 교황청이 1951년 대만 정부를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자 수교 관계를 파기하고 공산주의 이론에 따라 가톨릭 교회를 폐쇄하고 주교를 감금했다. 은퇴한 홍콩의 천르쥔(陳日君·86) 주교는 “교황청이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중국 내 가톨릭 신도를 팔아버렸다”며 비난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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