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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터키, 미 대사관 도로명 ‘올리브 가지’로 바꿔…“시리아戰 간섭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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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수도 앙카라에 있는 미국 대사관 앞 거리 이름이 19일(현지 시각) ‘올리브 가지(olive branch)’를 뜻하는 터키어(ZEYTiNDALI)로 바뀌었다. 이날 앙카라 시당국이 기존 도로명 표지판을 떼어내고 새 이름이 새겨진 표지판을 달았다고 AP 등이 보도했다.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터키의 군사 공격에 미국이 반대하자 터키 정부가 미국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미 대사관 도로명을 바꿨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올리브 가지’는 터키가 지난달부터 시리아 북부에서 수행 중인 쿠르드족 진압 작전 이름이다. 영어에서 ‘올리브 가지’가 일반적으로 ‘평화의 상징’ ‘화해의 행위’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조선일보

터키 수도 앙카라에 있는 미국 대사관 앞 거리 이름이 2018년 2월 19일 ‘올리브 가지(olive branch)’를 뜻하는 터키어(ZEYTiNDALI)로 바뀌었다. /신화통신


터키는 인접한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 민병대의 세력이 강해지자 시리아로 군사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터키 정부는 시리아 쿠르드족과 터키 쿠르드족이 힘을 합쳐 분리 독립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인구 4000만명의 쿠르드족은 독립 국가를 갖지 못한 채 터키·시리아·이라크·이란 등에 흩어져 살고 있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쿠르드족이 시리아 북부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IS 격퇴전에 쿠르드 민병대가 필요한 만큼 미국은 시리아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군사 공격을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미국과 터키의 관계가 틀어지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자제하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쿠르드족은 IS와 같은 테러단체’라며 미국이 쿠르드족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되받아쳤다.

터키가 앙카라 주재 미 대사관의 도로명을 바꾸는 것과 관련,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터키인들은 자기네가 원하는 대로 (도로명을)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터키가 외교 전쟁에 도로명을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터키는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이 있는 거리의 이름을 ‘메디나’로 바꿨다. UAE 장관이 터키군 사령관이자 메디나주(州) 주지사였던 파크리 파샤(1868-1948)를 비방하는 내용의 트윗을 공유한 데 대한 반발 차원이다.

[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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