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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그 최전선에 '얼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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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진화생물학자 윌킨스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출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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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모든 동물에게 얼굴이 있을까.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얼굴을 '한 쌍의 눈과 입이 있는 머리 앞쪽 면'으로 정의한다면 얼굴을 가진 동물은 동물계 전체에서 일부다. 갑각류, 곤충류를 포함하는 절지동물과 인간이 속한 척추동물 정도만이 얼굴이 있다. 얼굴을 가진 동물은 소수이며 이들이 가장 고등하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할까.

미국 출신의 유전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애덤 윌킨스는 신간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을유문화사 펴냄)에서 얼굴이야말로 "참신한 진화적 산물"이라고 말한다. 얼굴, 그리고 두뇌가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수차례 복잡다단한 진화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책은 5억 년 전 생존했던 작은 무악어류(턱이 없는 어류)인 최초 척추동물부터 시작해 유악어류, 포유류, 영장류, 인간으로 이어지는 진화의 역사를 따라간다. 척추동물 얼굴은 턱의 발달, 치아의 분화, 털가죽의 등장 등 극적인 변화를 여러 차례 겪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얼굴 근육이다. 저자는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내는 얼굴 근육이야말로 포유류가 가진 뚜렷이 구별되는 속성이라고 강조한다. 얼굴 근육은 포유류 중에서도 가장 사교적인 영장류에서 가장 발달했다. 인간의 얼굴 근육 수만도 21개에 달한다.

책은 얼굴의 형태학적 변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인류가 사회적 존재로 진화할 수 있었던 데는 얼굴의 진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얼굴과 두뇌의 밀접한 관계부터 알아야 한다. 시각(눈), 후각(코), 미각(입) 등이 모인 얼굴이 감각 본부라면, 두뇌는 일종의 중앙정보국 및 최고사령부를 겸하는 행정기관이다. 인류는 얼굴의 다양한 감각과 얼굴 뒤편의 두뇌 회로 작용을 통해 타인의 얼굴을 인식하고, 타인의 표정을 읽으며, 자신의 표정을 만들어 낸다. "얼굴 인식 능력은 그 자체로 다가 아니라 흔히 사회적 상호작용의 서막을 여는 역할을 한다."

인간들 사이에서 사회성이 커져 갈수록 얼굴은 더 진화했다. 이렇게 진화한 얼굴은 인간이 더 복잡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저자는 자신과 타인의 얼굴을 의식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사람들이 대대적인 성형 수술에까지 손을 뻗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그는 "얼굴을 손보는 행위로 얻은 변화는 어느 것도 자손들에게 전달되지 않기에 직접적인 진화적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얼굴을 미추가 아닌, 진화의 대상으로서 조명한 흔치 않은 책이다. 저자 또한 얼굴의 진화를 다룬 최근의 책이 1929년 출간된 윌리엄 그레고리의 '어류에서 인간까지 우리의 얼굴'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다.

김수민 옮김. 672쪽. 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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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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