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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日법원 "후쿠시마 원전측, 사고후 자살 102세 남성에 배상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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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법원이 20일 후쿠시마(福島)원전 사고 후 정부의 피난 지시로 고향을 떠나게 될 것을 비관해 자살한 102세 남성에 대해 원전 운영회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후쿠시마 지방재판소는 이날 오쿠보 후미오(大久保文雄·사망 당시 102) 씨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인한 강제 피난을 앞두고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 자살했다며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측인 고인의 며느리 A(65)씨와 손자 B(35)씨는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자인 도쿄전력에 6천만엔(약 5억9천859만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했는데, 법원은 이 중 일부를 인정해 도쿄전력이 유족들에게 1천520만엔(약 1억5천164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연합뉴스

일본 법원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에 102세 남자 자살" 인정
(후쿠시마 교도=연합뉴스) 20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지방재판소가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후 정부의 피난 지시를 비관해 자살한 오쿠보 후미오(大久保文雄·사망 당시 102)씨와 관련해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소송을 제기한 고인의 며느리(65)가 판결 후 고인의 영정을 든 채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 2018.2.20 bkkim@yna.co.kr



후쿠시마 원전에서 40㎞ 떨어진 이타테(飯館) 마을 농가에서 태어난 오쿠보 씨는 농사를 지으며 줄곧 같은 지역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2011년 3월 11일 원전 사고가 났고, 오쿠보 씨는 이후 한달이 지난 같은 해 4월 11일 자신의 마을이 계획적 피난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유족에 따르면 오쿠보씨는 이 뉴스를 듣고 "피난하고 싶지 않다", "지나치게 오래 살았나보다"고 푸념했고, 그 다음날 아침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재판에서 유족 측은 "고인이 102살이 될 때까지 마을 밖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 피난생활에 대한 부담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원전 사고와 자살의 인과관계가 없고 만약 있다고 해도 자살에는 원전 사고와 관련 없이 악화된 건강 상태가 영향을 줬을 것것"이라고 반박했다.

판결 후 며느리 A씨는 기자들에게 "피난 지시는 아버님에게 '죽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며 "'그래도 102세까지 사시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기 가족이 그런 일을 당하면 누구도 잠자코 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당시 규모 9.0 대지진의 영향으로 방사성 물질이 대거 유출되는 사고가 났고, 일본 정부는 원전에서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피난 명령을 내리거나 피난을 권고했다.

이로 인해 많은 후쿠시마 주민은 고향을 떠나야 했다. 작년 9월 기준으로 피난 생활을 하는 후쿠시마 주민들은 3만5천명이나 됐다.

후쿠시마 지방재판소에서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1차례씩 비슷한 자살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는데, 2차례 모두 유족이 승소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현 오타마 마을 가설주택 주민들의 모습[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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