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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팩트체크] 팀추월이 개인전인줄··· 빙상 위의 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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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대표팀이 '팀 플레이 실종'에 대해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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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에서 김보름, 박지우는 앞에, 노선영은 뒤로 뒤처져서 질주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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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25·강원도청)-박지우(20·한국체대)-노선영(29·콜핑팀)이 호흡을 맞춘 여자 대표팀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분03초76의 기록으로 7위에 그쳐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팀추월,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 기록


팀추월은 각 3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트랙 반대편에서 동시에 출발해 서로의 꼬리를 잡듯이 같은 방향으로 400m 트랙을 도는 경기다. 남자 경기는 8바퀴, 여자 경기는 6바퀴를 돈다. 경기 도중에 한 명이라도 상대팀에 추월당하면 실격된다. 상대팀을 추월한 팀이 기록과 관계없이 승리하게 된다.

또 각 팀에서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이 해당 팀의 기록으로 측정된다. 그래서 세 명의 선수들이 번갈아 가면서 순서를 바꿔 레이스를 한다. 맨 앞에 있는 선수가 '바람막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 보통 에이스가 제일 앞에서 더 많이 달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선수는 뒤에서 엉덩이를 밀어 독려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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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팀 추월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 순으로 세번째 곡선 구간을 역주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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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팀 플레이 실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레이스 막판 노선영이 김보름과 박지우와 간격이 크게 벌어져 골인했다.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이 팀의 기록이 되는데, 김보름과 박지우는 노선영을 뒤에 두고 먼저 들어온 것이다.

노선영, 우여곡절 끝에 합류…훈련 부족


대표팀이 가장 걱정했던 건, 노선영의 체력이었다. 노선영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5일동안 훈련을 하지 못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처리 미숙으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잃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 선수가 도핑 문제로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노선영에게 출전권이 부여됐다.

그러나 노선영은 평창올림픽 개막을 보름여 앞두고 훈련은 5일이나 빠지면서 경기력에 지장이 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심적으로 많이 위축됐을 터였다. 그래서 대표팀은 노선영에게 최대한 부담이 덜 가는 전략을 짰다. 김보름은 믹스트존(취재공동구역) 인터뷰에서 "제가 50%를 리드하고 박지우 선수도 초반에 스타트해서 스피드를 끌어주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며 "중간에 있는(노)선영 언니는 비중을 최대한 적게 하는 전략을 짰다"고 했다.

김보름 말처럼 실제 레이스도 그랬다. 김보름이 3바퀴, 박지우와 노선영이 각각 1.5바퀴씩 제일 앞에 서서 팀을 이끌었다. 박지우가 스타트를 이끌어 반바퀴를 돌았고, 이어 노선영(1바퀴)→김보름(1바퀴)→박지우(1바퀴)→노선영(0.5바퀴)→김보름(2바퀴) 순으로 선봉장이 됐다. 중간에 서로 뒤처질 것 같으면, 앞에 있는 선수의 엉덩이를 밀어주면서 레이스 하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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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노선영과 팀을 이룬 김보름(왼쪽), 박지우가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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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바퀴, 욕심이 부른 참사


그런데 마지막 1바퀴가 논란이 됐다. 김보름-박지우-노선영 순으로 서서 돌았는데, 어느새 김보름과 박지우가 앞에 튀어나오고 노선영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김보름은 "경기 전에 3분00초대면 준결승에 진출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기록을 보고 마지막 바퀴 때 힘껏 달렸다. 그런데 팀추월은 마지막 선수까지 들어온 기록을 재니까…"라고 했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같이 들어왔을 때가 2분59초대였다.

박지우는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코치 선생님들이 (노)선영 언니가 뒤처지는 걸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김)보름 언니랑 제가 준결승을 진출하려는 마음에 더 잘 타려고 욕심을 냈다. 제가 뒤에서 보름 언니를 밀면 기록이 더 잘 나와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백철기 대표팀 감독은 "원래 마지막 바퀴에서 노선영의 위치는 두 번째였다. 그런데 노선영이 마지막 바퀴에서 가운데 묻히면 그 순간 속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영이가 맨 뒤에서 따라가겠다고 자청했다. (뒤처질까봐) 걱정이 됐지만 선영이가 책임지고 뛰겠다고 했다. 원래 작전을 밀어붙이지 못한 내 책임이 크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김보름과 박지우가 노선영을 이끌어주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전략을 어떻게 짰던지 선수들은 경기 도중 상황을 보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노선영은 레이스 중반부터 체력이 떨어져 보였다. 기록이 늦더라도 노선영을 뒤에서 밀어주면서 달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지우는 "골인하고 전광판을 봤는데 (선영 언니가) 같이 없어서 너무 당황했다. 보름 언니도 당황했다"며 "코치 선생님들이 레이스 도중 (선영 언니와) 많이 떨어져있다고 보라고 했는데, 첫 올림픽이라 긴장을 많이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빙상인들은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은 3명이 같이 붙어서 달리기 때문에 숨소리까지 다 들린다. 많이 떨어져 있었다면,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 뒤처져 있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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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노선영이 강호 네덜란드 대표팀을 상대로 힘찬 레이스를 펼친 뒤 고개를 숙인 채 보프 더용 코치의 위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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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코칭 스태프도 뭇매를 맞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 보프 더 용 코치만 노선영을 위로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백철기 감독은 "경기 후 노선영이 '못 따라가서 죄송하다'고 했지만, 결국 감독인 내가 선택한 것이라 '내가 미안하다"고 했다"며 "막판에 코치존을 벗어나면서까지 '거리가 벌어졌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현장 분위기상 전달이 안됐던 것 같다. 전달 못한 것도 코칭 스태프의 잘못"이라고 했다.

이번 논란은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확산됐다. 한 네티즌은 20일 "인성이 결여된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이 필요하다. 또한 빙상연맹의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청와대 국민 청원에 글을 올렸다. 24만명이 이 글에 추천을 보내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을 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청원이 20만 명을 넘으면 정부 관계자가 공식 답변을 하기로 했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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