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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얼음 위의 F1’…봅슬레이에 숨어있는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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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시속 135km·0.01초의 승부

슈퍼카 제조기술·첨단과학 총동원

출발가속력 승패 좌우…무게 관건

KT, 카메라 소형화·전송모듈 개발

‘싱크뷰’ 경기관람 5G서비스 눈길


봅슬레이는 흔히 ‘얼음 위의 F1(포뮬러원)’이라고도 불린다. 한 대당 1억~2억원에 달하는 형형색색의 봅슬레이 썰매가 최고 시속 150km로 빙판 위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 슈퍼카들이 경쟁하는 F1이 절로 떠오른다.

봅슬레이는 원통형의 썰매를 타고 구불구불한 얼음 트랙을 빠르게 미끄러지며 속도를 겨루는 경기다. 평균 속도는 시속 120~140km, 최고 속도는 153km에 이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봅슬레이 트랙 길이는 1376.38m, 높이 차이는 116.32m다. 평균 경사도는 5.5도, 평균 시속 135km로 달리면 출발 후 37초면 결승점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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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봅슬레이 2인승 대표팀 원윤종-서영우 선수가 19일 4차 시기를 마치고 피니시 라인에서 관객들을 향해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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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0.01초 차이로 갈린다. 때문에 공기저항을 최소화해 속력을 높여야 한다. 자연히 물리학을 비롯해 공기역학, 동역학, 전산유체역학 등 첨단 과학이 총 동원된다. 이는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실제 BMW, 페라리, 맥라렌,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 자동차업체들이 봅슬레이 썰매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봅슬레이 썰매는 탄소섬유 소재로 만든다. 무게가 가볍고 표면이 균일한 고강도 저중량 소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썰매가 얼음벽에 자주 충돌하는 만큼, 방탄복에 쓰이는 아마리드 섬유를 첨가해 강도를 높이기도 한다.

또, 선수의 체형을 3D 스캔 기술로 분석해 최적의 탑승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주문 제작한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공기저항 분석 시뮬레이션,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풍동실험, 트랙실험 등 첨단 자동차 제조기술도 총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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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봅슬레이 2인승 대표팀 원윤종-서영우 선수의 경기모습. [연합뉴스·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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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트다. 승패의 60%를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출발이 중요하다. 출발할 때 힘차게 썰매를 밀어 박차고 나간 후, 내리막길에 진입하면 썰매에 올라탄다. 이후에는 순전히 썰매 안에서의 조종으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만큼, 초반 가속력이 주행 속도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또, 봅슬레이는 일반적으로 출발과 함께 기록을 측정하는 타종목과 달리 출발선을 15m 지났을 때부터 기록을 측정한다.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게다. 이론적으로 중력은 질량과 관계없지만, 얼음 위의 썰매는 다르다. 같은 형태일 경우 무거울수록 최대 속도가 높다. 때문에 4인승, 2인승 등 종목마다 무게가 정해져있다. 남자 2인승은 선수와 썰매 무게를 합쳐 최대 390kg, 남자 4인승은 630kg까지다.

‘싱크뷰’ 서비스를 위한 카메라, 통신모듈 역시 초소형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싱크뷰’는 선수 시점의 영상을 볼 수 있는 5G 기반 서비스다. 평창올림픽 봅슬레이에 도입된 KT ‘싱크뷰’ 카메라의 무게는 35g, 전송모듈을 포함한 바디 115g 등 총 150g에 불과하다.

KT는 3년에 걸쳐 카메라 소형화, 전송모듈을 개발했다. 앞서 2014 소치동계올림픽 당시에는 타사가 개발한 ‘싱크뷰’ 카메라와 모듈의 크기가 팔뚝만 해 아예 도입에 실패한 일도 있었다.

코너를 돌 때 선수들이 받는 중력만 해도 4~5G에 이른다. 자신의 몸무게의 4~5배에 달하는 중력을 고스란히 견뎌야 한다.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은 3.5G에도 기절할 수 있다. 코너의 벽은 원심력으로 썰매가 튕겨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50cm이상 높이 세운다.

봅슬레이에 숨겨진 과학을 알면 한층 재미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평창=정윤희 기자/y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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