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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하늘 위 시한폭탄’…1700개 타워크레인 제조 결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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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워크레인㈜ ‘290HC’ 치명적 결함

-일부 유압실린더 폭발ㆍ주각부 균열 등 결함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국내 타워크레인 제조사의 특정 제품이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제품은 국내에서 베스트셀러 기종으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지만, 정부 대책은 장비 노후화 규제에 치중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타워크레인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워크레인㈜이 생산한 ‘290HC‘ 중 일부의 경우 타워크레인의 인상 작업(텔레스코핑)시 핵심 부분인 유압실린더가 파손되거나 상단부 하중을 받아내는 주각부가 각각 균열되는 결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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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HC의 정상적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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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경기ㆍ인천지역에서 타워크레인 임대사가 290HC의 주각부를 자체 보강한 것이 확인된 사례만 해도 줄잡아 20여 건에 달한다. 인천 송도지역 공사현장에서 운용중인 타워크레인 4대도 주각부에 대한 추가 보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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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HC의 균열로 인해 상단부가 떨어져 나간 주각부.부러진 290HC주각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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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보강이 어려운 유압실린더 파손 사례도 있다. 지난 2016년 광주광역시 건설 현장에서 290HC의 유압실린더가 터져 나갔고, 지난해에도 한 건설사 건설현장에서 운용중이던 같은 기종 타워크레인의 유압실린더가 파손됐다. 유압실린더가 파손되면 인상 작업시 타워크레인이 주저앉을 수 있고 주각부가 파손되면 타워크레인이 전도될 위험이 있다. ‘290HC’의 상단부 무게는 무려 65톤으로 주저앉거나 전도될 경우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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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HC 유압실린더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 상태건설현장에서 290HC상단부가 균열로 인해 부서져 바닥에 뒹굴고 있다.


문제는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들이나 현장 작업자들이 리콜을 요청하거나 문제를 지적해도 한국타워크레인 측이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운전석 기둥인 주각부의 구조 보강을 개선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나 이전 제품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290HC’는 국내 타워크레인 6000여대 중 약 1700대(점유율 약 2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타워크레인 10대 중 3대꼴이다. 따라서 사고를 우려한 일부 임대업체들은 자비로 취약부분을 보강해 사용하는 실정이다. 설치ㆍ해체, 운전 작업자들도 불안에 떨긴 마찬가지다.

한 타워크레인 업계 관계자는 “워낙 널리 사용되는 기종이지만 리콜시스템이 갖춰 있지 않아 자비로 고쳐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같은 회사 제품인 ‘2080HC’의 경우 유압실린더 요크 부분의 용접 결함 사례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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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HC 실린더 요크 용접이 제대로 되지않아 용접부위가 찢어져있다.


이에 대해 한국타워크레인의 대주주인 에버다임 관계자는 20일 “생산제품 하자 발생여부를 현장조사중이며, 이를 근거로 향후 A/S 기준을 수립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워크레인㈜는 지난 2013년 1월30일에 ㈜한국씨엔티로부터 타워크레인사업 부문을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됐으며 대주주(지분 100%)는 코스닥 상장사 에버다임이다. 또 에버다음의 대주주는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사실상의 사업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그린푸드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분 45.17%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타워크레인과 에버다임 제품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달 5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최근 건설현장에서 KNF중공업㈜이 제작한 타워크레인 KNF3551, KNF3361 모델 등에서 유압실린더가 파손되고 있으니, 구조를 변경하지 않은 장비의 사용 인ㆍ허가를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KNF중공업 생산 제품은 현재 100대 가량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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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타워크레인 유압실린더가 폭발이 잦다며 유압실린더 구조변경을 비롯, 사용자제를 당부하는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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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연식과 관계없이 장비 자체의 결함이 있는데도 국토부는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장비 결함은 무시한 채 ‘20년 이상 노후 장비’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의 조사 결과에서도 타워크레인 인명사고의 70~80%는 안전수칙 무시 등 인재에 따른 것이었다. 심지어 최근 5년 간 노후 장비가 말썽을 일으킨 사례는 전무했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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