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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지진에 공급과잉까지 흔들리는 포항 주택시장…"분양권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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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북 포항에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 지역 주택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주가 몰리는 상황에서 지진 악재까지 겹치면서 집값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서쪽 5㎞ 지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이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여진으로 분석된다. 11일 이후에도 규모 2.0이 넘는 여진이 이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쌓이는 미분양, 거꾸로 가는 집값

지진 여파로 포항 지역의 주택시장도 고꾸라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0.13%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0.12% 상승했다. 안 그래도 작년 이 지역은 전년(683가구)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난 2231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매매가가 하락하던 추세였는데, 여기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포항시에서는 매매가가 떨어진 단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북구 양덕동 한양수자인 전용면적 84.92㎡의 경우 지난해 2월 2억1200만~2억16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지만 올해 1월에는 1억9100만원에 거래되는 데 그쳤다.

올해 3월부터 총 6400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는 북구 흥해읍 초곡지구 아파트의 경우 분양권 프리미엄이 한때 1000만~2000만원에 형성됐지만, 다음달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포항 초곡지구 지엔하임’ 전용면적 84㎡ 주택형의 경우 분양가 대비 최고 2000만원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분양권 매물이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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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분양한 단지들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미분양으로 쌓이고 있다. 지난달말 현재 포항 미분양은 2221가구로, 1년 전 같은 기간(1525가구)보다 700가구 정도 늘었다. 이 지역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8월 2000가구를 넘어선 뒤 5개월 연속 2000가구 선을 이어가고 있다.

◇인구 줄어도 올해 9000가구 집들이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공급이 넘쳐서다. 올해 한 해만 작년의 4배가 넘는 8951가구가 집들이를 하는 데다, 올해 예정된 분양물량도 4442가구로 지난해(4090가구) 수준을 넘는다. 공급 과잉 우려가 커졌다.

시장을 떠받치는 인구도 줄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포항시 인구는 2015~2016년 52만명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들어 점점 줄어 작년 연말에는 51만3249명으로 그쳤다. 지난 한 해만 5000명 가까이 포항에서 빠졌다.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해 재난지역 특별재생방안의 시범사업지구로 지진 피해가 큰 북구 홍해읍을 선정하고 주택과 생활편의시설 등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지역에서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지진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이 주택시장 침체 속도를 줄여나가는 데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공급물량 등을 고려하면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salm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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