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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자수첩]때아닌 진실공방 휩싸인 여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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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 회의. 업무 보고차 참석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곤경에 빠졌다. 성균관대 교수 시절 성추행 피해를 입은 동료 교수에게 “학교 망신이니 덮자”고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장관 자격이 없다”며 매섭게 몰아붙였고 정 장관은 “그런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이런 여가위 모습은 낯설지 않다. 정 장관이 국회에 갈 때마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대한 공세로 인해 곤욕을 치렀던 장면들과 다르지 않다. 탁 행정관의 성(性)인식을 문제 삼은 의원들은 “여가부 장관이 해임을 요청하라”고 했다. 결국 정 장관은 청와대에 해임 의견을 전했지만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정 장관은 “소임을 다했다”, “청와대가 판단할 일이다”와 같은 소극적인 답변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번 성추행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정 장관의 입장은 비슷했다. 그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면서도 진상 조사에 대해선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방어적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정 장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동료 교수는 여전히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나도 당했다”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번지고 있는 지금, 여가부 장관이 성추행 피해를 덮으려 했다는 진실공방에 휩싸인 일은 아이러니다. 여가부는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대책’을 발표하는 등 사회 곳곳의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앞으로도 ‘미투 운동’에 힘을 싣기 위해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정작 부처 수장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여가부가 주도할 정책도 국민의 신뢰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제일 안타까운 건 정 장관이었을 것이다. 연신 답답한 표정으로 “여성운동을 해 온 제 인생과 명예가 달린 문제”라며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테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장관 본인이 얽혀 있다는 의혹만으로도 정책 신뢰도엔 치명적인 흠집이 날 수 있다. 탁 행정관 논란에서 ‘제3자’였던 것과는 다르다. 정 장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오해를 해소하고 갈등도 풀어가야 한다.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aevin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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