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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설득 밖에 방법이…” 美 통상압박에 대책 없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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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韓·中등 제재 2안이 최악 시나리오"… 전문가 "정무결단 없이 실무접근 고집하는 정부 헛다리"]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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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설득하는 것 밖에는 (해결책이) 없다.”(통상당국 고위 관계자)

미국 정부가 냉전 시대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던 ‘무역확장법 232조’까지 다시 꺼내 한국산 철강에 징벌적 관세 부과를 추진하자 정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맹국이기 때문에 한국산 철강 제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는데 정면으로 반박당하면서 마땅한 대응논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잇따른 통상압박에 대해 정부가 안일하게 여기다 화를 키웠다고 비판한다. 정무적 결단은 배제한 채 실무적 접근만 고집하다가 실기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통상교섭본부의 기형적 구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한 철강 분야 3가지 무역보복 조치는 △모든 국가의 철강에 일률적으로 최소 24% 관세 추가 부과 △한국·중국 등 12개국에 최소 53% 관세 부과 및 2017년 수출 실적을 반영한 수입 제한 신설 △2017년 대미 철강 수출액 63%만 수입 허용이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것은 2안이다. 즉 우리나라 등 12개국에만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 제한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1안과 3안은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제재이기 때문에 국내 산업계에만 부담이 되는 조치는 아니다.

2번째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 이 경우 가격경쟁력 등의 문제로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기준 대미 철강 수출량(금액)은 354만2527톤(32억6000만달러)다.

하지만 통상당국에서는 마땅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12개국을 차별하는 2안의 경우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21조 예외 조항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설득에 최선을 다하되 최종결론이 나면 WTO에 미국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 뿐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예상보다 강력한 제재 검토안이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최종 결론은 4월 중순께 나올 예정인 만큼 현 단계에서 업계와 협력해 (미국 측을) 최대한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설득’이 통하는 상황이 아닌 만큼 정부의 태도가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통상 환경을 고려할 때 미국을 설득해서 통할 상황이 아니다”며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으로 어영부영 하면 몇년 걸리는데 (이미) 산업계 피해가 실제화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중국의 경우 최근에 대미 철강 수출이 늘어나는 상황이고 결국 한국과 일본이 문제인데 일본은 (2안) 제재에서 빠진 것이 핵심”이라며 “한·미 통상 관계가 전반적으로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통상압박이 실무적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 통상 압박이 정치적 또는 정무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실무적인 접촉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은 적어도 안보 영역에 대해서는 타협이 있을 수 없는 국가인데 우리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접근해 ‘헛다리’를 짚고 있다”며 “분위기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일방적 때리기가 계속 된다면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상교섭본부의 기형적 구조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한다. 통상컨트롤타워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대외적으로 ‘통상장관(Minister of Trade)’ 직함을 사용하지만 정부 내에서는 차관급 본부장으로 조직·예산 등에 대한 권한이 제한적이고 굵직한 현안에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한·미 통상 문제는 실무적 차원을 넘어선 문제”라며 “통상교섭본부의 실체적 영역이 제한적이다 보니 애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유영호 기자 yhryu@mt.co.kr, 세종=정혜윤 기자 hyeyoon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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