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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美 최고 스타 셰프 "진짜 한국의 맛 알려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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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요리사 데이비드 장, NBC서 평창올림픽 음식·문화 소개]

강릉·주문진항 찾아 대게 등 맛봐

동양 음식 뒤섞은 메뉴로 호평… 뉴욕 등 세계 20여 개 매장 일궈

조선일보

지난 15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난 한국계 미국인 요리사 데이비드 장. 그는 전 세계 20개가 넘는 외식업장을 거느린 ‘레스토랑 제국’을 일궜다. /김성윤 기자


"셰프 데이비드 장, 맛있는 한국 음식을 소개해줘서 감사합니다!"

미국 NBC 방송 아침 프로그램 '투데이 쇼' 진행자들이 지난 13일 강릉중앙시장 방문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이들을 전통 시장 골목골목으로 데리고 다니며 '코리안 팬케이크' 호떡, 가래떡, 인절미 등을 맛보여준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 요리사 데이비드 장(41·한국명 장석호)이었다.

장씨는 평창올림픽 미국 주관 방송사인 NBC 음식·문화 특파원으로 한국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강릉 주문진항을 찾아 대게·꽁치·도루묵 등을 미국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며 "한국 어시장은 환상적"이라고 소개했다. 서울 명동에서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보며 "한국 음식은 세계 식문화의 융합"이라고 했다.

장씨는 2004년 뉴욕에서 일본 라멘집으로 시작해 라스베이거스·워싱턴DC, 호주 시드니, 캐나다 토론토 등에 20개가 넘는 레스토랑·카페·바 등을 거느린 '모모푸쿠 레스토랑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미쉐린 가이드 별 2개, 2008년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식당, 2010·12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오르는 등 요리사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오는 23일 방영되는 넷플릭스 '어글리 델리셔스' 등 각종 방송에 출연해 연예인 같은 대중적 인지도까지 지녔다.

지난 15일 서울 한 식당에서 만난 장씨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딱히 잘하는 게 없었어요. 공부도 그저 그랬고, 어려서부터 했던 골프도 학교 대표팀에 선발될 실력은 아니었어요." 대학 졸업 후 회사원으로 일하다 자신의 길이 아님을 금세 깨달았다. '서류 만지면서 남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친절한 척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찾았다. 요리사였다. 뉴욕 요리학교 ICC에서 6개월 속성 과정으로 요리를 배웠다. 레스토랑 몇 곳에서 일하다가 어려서부터 즐겨 먹던 라멘을 제대로 배우려고 일본에 갔다.

도쿄 라멘집, 소바 가게, 호텔 등에서 일한 후 뉴욕으로 돌아가 라멘집을 차렸다.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싼 가게를 빌려 '모모푸쿠(Momofuku·桃福) 누들바'를 열었다. '행운의 복숭아'라는 뜻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한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에 대한 존경도 담았다.

재료 준비부터 점심 조리, 서빙까지 혼자 악전고투했지만 9개월이 지나자 부도 위기에 몰렸다. 장씨는 '어차피 망할 거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며 한국·미국·멕시코·중국·일본·베트남 음식을 마음대로 뒤섞어 새로운 음식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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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장(맨 왼쪽)이 미국 NBC ‘투데이 쇼’ 진행자들과 함께 강릉중앙시장에서 떡을 먹고 있다. /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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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손님이 몰려들었다. 언론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이 먹는 방식을 바꾼 인물"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맛있고 몸에 좋으면 비싼 음식, 아니면 싸구려로 양분합니다. 모모푸쿠는 음식이 건강하고 맛있으면서도 비싸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죠. 그것을 동양 음식에서 찾아낸 겁니다."

"어렸을 땐 한식을 먹는 게 부끄럽기도 했어요. 이제 한식은 가장 핫(hot)한 음식이 됐죠." 그렇지만 그는 "미국에서 한식은 아직 낯선 음식"이라며 "NBC에 출연해 한국 음식을 소개한 것도 한식에 김치와 불고기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가 식탁에 놓인 물김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미국 아이들은 이걸 그냥 '김치'라고 하지만 어른이 됐을 때는 '물김치'라고 말하게 될 거예요."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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