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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 배우도 죽음으로 몬 '집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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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연 영화로 2013년 베를린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고철 팔며 생활…"자식들 3일 동안 아무 것도 못 먹어"

530만원에 트로피 팔아…독일행 난민 신청 좌절돼

중앙일보

지난 2013년 2월 16일 제6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보스니아 집시 출신의 배우 나지프 무지치가 자신의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그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이 트로피를 4000유로(약 530만원)에 내다팔았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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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생활고 끝에 숨졌다.

AFP통신은 “보스니아 배우 나지프 무지치가 건강 악화로 18일(현지시간) 58세에 생을 마감했다”고 이날 전했다.

집시 출신의 무지치는 가난한 집시 가족의 삶을 그린 보스니아 영화 <아이언 피커의 일생(국내명: 어느 남편의 부인 살리기)>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영화에서 무지치는 아이를 유산하고 입원한 아내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기를 펼쳤다.

처음이자 마지막 출연인 이 영화로 그는 2013년 제63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인종차별과 관료주의의 민낯을 풍자한 영화는 그해 베를린에서 심사위원 대상(은곰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실제 그의 삶도 영화 속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지치는 고향 마을에서 변변한 직업 없이 고철을 모아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영화가 흥행한 뒤에도 그의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급기야 그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그토록 아끼고 자랑하던 영화제 트로피를 온라인 거래로 4000유로(약 530만원)에 내다 팔았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자식들이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자동차는 물론 가재도구를 모두 팔았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트로피를 팔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명했다.

무지치는 2014년엔 가족과 함께 독일에 난민 신청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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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0월 생전의 나지프 무지치가 보스니아 현지 방송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Akcij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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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는 유럽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집단에 속한다.

독일의 비영리 단체인 애틀랜틱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보스니아 집시들(7만5000여 명)의 취업률은 5%에 그쳤다.

무지치의 장례식은 오는 21일 가난한 고향 마을 스바토바치에서 치러진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이동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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