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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베끼거나 빌려 쓰거나 … 먹을 것 초라한 설 TV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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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파일럿 프로 실험성 떨어져

4년 전 폐지된 ‘짝’ 유사품도

명절이면 주목받던 파일럿 프로가 맥을 못 췄다. 이번 설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맞물려 방송사들이 시험적으로 선보인 새 예능 프로 자체도 적었다. 시청률과 화제성도 열세를 면치 못했다. MBC가 17일 스핀오프 방식으로 선보인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3’ H.O.T.편(13.6%,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제외하면 두 자리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가 없다. 지난해 추석에 KBS2 ‘하룻밤만 재워줘’ 가 10.1%를 기록, 오는 27일 정규 편성된 것 등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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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파일럿 ‘로맨스 패키지’는 기존 프로그램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진 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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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파일럿의 중심인 실험 정신이 부재한 결과로 보인다. SBS가 야심차게 3부작에 걸쳐 선보인 ‘로맨스 패키지’는 5.1%에 그쳤다. 도심 속 호텔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호캉스’와 연애를 접목해 소개팅보다 짜릿하고 맞선보다 효율적인 3박 4일의 러브 패키지를 표방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2014년 폐지된 ‘짝’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애정촌이 호텔로, 남자 1호와 여자 1호는 101호·106호 등 방 번호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난해 채널A의 ‘하트 시그널’이 연애 리얼리티 프로의 부활을 알리며 시즌2 제작에 나서자 지상파가 ‘짝’ 카드를 다시 꺼내 든 셈이다.

‘짝’ 조연출을 거쳐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박미연 PD는 “‘짝’이 결혼·인생의 짝을 찾으려 했다면 우리는 연애하고 싶은 소프트한 접근”이라고 밝혔지만 선정성은 ‘짝’ 이상이었다. 출연자 10명 중 5명이 아나운서·쇼호스트·모델·래퍼·DJ 등 준 연예인이었고, 자기소개는 연 매출 80억·땅 200평·아파트 청약 등 재력 과시가 이어졌다. 로펌에 다니는 남자 출연자는 대놓고 “변호사가 좋냐, 의사가 좋냐”고 묻기도 했다.

청춘남녀들이 한집에 살며 생기는 연애감정을 다룬 ‘하트시그널’이 윤종신·이상민·김이나 등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보는 패널을 투입해 넷플릭스 ‘테라스 하우스’와 차별화를 꾀했듯, ‘로맨스 패키지’는 전현무와 한혜진을 로맨스 가이드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활약중인 두 사람의 커플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게다가 출연남녀가 한 방에서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보니 한혜진조차 “정초부터 좀 야한 것 아니냐”고 자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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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파일럿 ‘자리있어요?’는 기존 프로그램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진 각 방송사]


16·18일 2부작으로 선보인 tvN ‘자리있나요?’는 2%(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시청률 16%로 케이블 예능 최고를 기록했던 ‘윤식당 2’ 시간대에 들어가 1/8 토막이 난 것이다. 여행 예능 베테랑 김성주·김준현·딘딘이 3MC로 투입됐지만 휴게소에서 만난 시민의 차를 얻어 타고 여행에 동행한다는 콘셉트는 쉽사리 공감하기 어려웠다. JTBC ‘한끼줍쇼’의 휴게소 버전이란 비판을 피하려 여행을 돕는다는 설정을 추가했지만 식사 준비 돕기와 사진 찍어주기는 이미 ‘한끼줍쇼’에서 많이 본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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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에 성공한 ‘문제는 없다!’. [사진 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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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희망을 보인 것은 MBC ‘문제는 없다!’와 tvN ‘비밀의 정원’이다. 4.1%를 기록한 ‘문제는 없다!’는 스타 자녀와 남매가 등장, 스타 가족 예능을 답습할 것이란 우려와 달리 방탈출게임을 도입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방송인 현영의 딸 최다은, 아이콘 비아이 여동생 김한별은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한 기발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초기 ‘스타주니어쇼 붕어빵’(2009~2015)처럼 아이들 활약이 돋보이면서 참신함을 되찾은 것이다.

심리 분석 토크쇼 ‘비밀의 정원’은 관찰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게스트로 출연한 휘성과 장동민의 사전 검사는 물론 평상시 모습을 지켜보며 심리 상태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진단을 곁들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양재웅 정신과 전문의는 심리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활력거지’ ‘탐색적 흥분’ 등 신선한 분석을 내놓았다.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정형돈·성시경·장윤주 등 3MC 조합도 잘 어우러졌다. 시청률은 밤 11시에 편성돼 0.6%로 저조했으나 심리 유형별로 비슷한 사람, 정반대 사람 등 게스트 구성에 따라 상승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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