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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뉴스+] 가점에 수업 빼줘도… “보직교사 안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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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 라이프 확산… 기피 심각/생활지도 등 책임 학생·교무부장/교육청·학교 인센티브 효과 없어/교장·교감이 애걸복걸 진풍경도/수당 현실화 등 개선책 마련돼야

세계일보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의 확산 때문인지 학생부장과 교무부장을 맡으려는 교사들이 없어요. 교사들이 학교를 인성교육의 요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개탄스럽습니다.”

충남 천안의 한 중학교는 2018학년도 개학을 앞두고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교사 7명으로 구성된 이 학교 인사자문위원회가 47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학생부장과 교무부장을 공모했지만 지원자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교장과 교감이 역량 있는 교사들을 접촉해 보직을 맡아달라고 ‘간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이 ‘노(No)’였다.

새 학년도 출발을 앞둔 2월이면 전국 초중고교 교장과 교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수업 외에 학생 생활지도와 학교폭력 상담, 교육과정 운영 등을 책임지는 학생부장, 교무부장을 서로 맡지 않으려고 해서다. 교사들 사이에서 개인주의가 확산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7∼8년 전이다.

최근에는 욜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교사들이 많아지면서 상황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인천 남동구의 한 고등학교는 전체 교사를 상대로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등의 조건을 걸고 학생지도부장 지원을 받았으나 헛일이었다.

경기와 대구, 광주, 경북 등지 학교 사정도 마찬가지다. 시·도 교육청과 학교별로 갖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보직교사 모집은 어려운 숙제다. 광주광역시 학교들은 학생부장 보직 메리트로 교원평가 최고 등급과 승진 가점을 당근책으로 내놓고 있으나 선뜻 나서는 교사가 없다. 경북에서는 보직을 맡으면 주당 수업시간을 17시간에서 13∼14시간으로 줄여주고, 인사고과를 S등급으로 분류하고 성과급까지 차등 지급하지만 지원자를 찾기 어렵다.

세계일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 학년도가 시작되면 교장이나 교감이 교사들에게 보직을 맡아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풍경이 벌어진다. 광주광역시 서구 한 중학교는 교장과 교감이 학생부장 적임자로 판단한 교사를 2주간 설득해 겨우 학생부장 보직 배정을 마쳤다.

설득으로 문제가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교사들이 합의하에 ‘반강제 떠넘기기’가 진행된다. 천안의 한 중학교는 학생부장 떠맡기기 투표를 했다. 교사들이 각자 학생부장과 교무부장을 추천한 뒤 다득점자가 개인 사정을 불문하고 보직을 맡기로 약속한 뒤 투표로 겨우 학생부장을 선임했다. 교황선출방식으로 학생부장과 교무부장을 선출하는 곳도 많다. 모든 교사가 무기명으로 학생부장과 교무부장 추천자를 써내고 다득표자가 무조건 해당 보직을 맡는 것이다.

한 일선 학교 교장은 “새 학년도가 되면 교무실에서 ‘교사와 학원 강사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말을 되풀이한다”며 “학생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성지도로 학생들의 인격체를 형성하거나, 좀 더 나은 교육과정 운영 등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교사들의 의식개혁과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할 말이 많다. 학생부장을 지낸 한 교사는 “지도가 필요한 학생을 불러 상담하고 나면 학부모들이 무조건 항의부터 하는 사례가 많아 힘들었다”며 “다시 강압적으로 학생부장을 맡으라고 하면 차라리 사표를 낼 것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생·교무부장 등은 업무량도 많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며 “수년째 월 7만원으로 묶여 있는 보직수당의 가시적인 인상과 함께 인사 때 가산점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국종합=김정모·이돈성·전주식·한현묵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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