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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주말 1000명이 입장한다는 `청소년 클럽`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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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청소년 클럽 내부 모습. [사진=이지영 인턴기자]


1999년생부터 2005년생까지만 입장이 가능한 클럽이 지난달 26일 홍대에 생겼다. 입장료 5000원만 내면 콜라 한 잔까지 무료로 준다. 청소년 클럽은 오픈한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주말에는 최대 1000여 명의 청소년이 다녀갈 정도로 큰 인기다.

클럽을 총괄하고 있는 윤여신 이사(32)는 "성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클럽을 청소년들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그는 "어른들만 갈 수 있는 곳에 가보고 싶었던 청소년들의 심리가 작용했다"며 "궁금함에 찾아왔다가 재밌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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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신 청소년클럽 웨이브 이사 [사진=이지영 인턴기자]


실제로 클럽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클럽 내부 사복을 차려입고 온 청소년들 사이로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사는 지역과 나이도 다른 두 여학생은 춤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인 메신저 커뮤니티에서 만나 같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마포에서 온 강 모양(16)은 "미디 음악과 춤에 관심이 있어 방문했다"며 "앞으로 하고 싶은 분야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어서 부모님도 크게 반대하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함께 방문한 박 모양(17)도 "평소에 춤추는 것을 좋아해 오게 됐다"며 "부모님께 허락을 다 받고 왔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클럽 내부 분위기는 성인 클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고막을 울리는 큰 음악소리 외에 중간 중간 터져 나오는 "예아예아"라는 구호와 호루라기 소리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특히 호루라기를 불며 스테이지를 장악하고 있는 친구들은 어색해 하는 학생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주도하고 있었다.

무대 앞에서 유독 신나게 호루라기를 불던 박태호 군(17)은 "오픈 날부터 매일 놀러왔다가 어제부터 MD로 일하기 시작했다"며 "MD들의 역할은 함께 놀며 클럽의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고 손님들이 건전하게 놀 수 있도록 케어하는 것"이라며 "술과 담배는 당연히 안 되고 스킨쉽 수위가 높아지는 경우에도 우리들이 제지한다"고 말했다. 또한 "폭력이나 욕설행위 등 클럽 분위기를 망치는 아이들은 블랙 처리 당해 앞으로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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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내부 바닥에 뿌려진 휴지. [사진=이지영 인턴기자]


호루라기 소리 뿐 아니라 바닥에 카페트처럼 푹신하게 깔린 휴지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과 단상 위에 올라가 있는 학생들은 한 손에 티슈 뭉치를 들고 남은 손으로 티슈를 날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클럽 디제이의 음악 비트에 맞춰 한 장씩 날리기도 뭉치를 던지기도 했다.

이날 디제이로 나섰던 최기동 씨(30·Kay-D)와 이준 씨(27·LIL JEI)는 이같은 모습에 대해 "학생들이 그걸로 스트레스를 많이 푸는 것 같다"며 "마치 음악 페스티벌에 놀러온 친구들처럼 매우 재밌게 논다"고 말했다. 이들은 청소년 클럽에 대해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EDM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모습이 좋아보인다"며 "청소년들 사이에서 EDM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청소년들도 이같은 문화를 충분히 즐길 권리가 있다"며 "그 부분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럽 측이 내세운 운영 비전도 이와 같았다. 윤 이사는 "현재 입장료로 받고 있는 5000원으로 콜라 제공비와 인건비까지 충당하면 수익구조는 전혀 나질 않는다"며 "현재 같이 운영하고 있는 성인 클럽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콘텐츠들을 청소년들에게도 제공 해주고자 오픈한 것"이라고 운영 목적을 밝혔다. 그는 "술과 담배 등 규제할 것은 엄격히 하면서 음지에서 놀던 아이들을 양지로 꺼내주는 선도부 같은 역할과 스트레스를 풀만한 문화 콘텐츠를 접목시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클럽을 찾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려도 존재했다. 올해로 스무살이 됐다는 99년생 김다빈·김재경 군은 "중학생 같이 너무 어린 친구들은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고등학생 친구들이 학업스트레스를 풀러 오기에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구에서 온 이 모양(18)도 "여기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나잇대가 있는 것 같다"며 "중학생 친구들은 노래방 같은 곳이 더 맞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같은 우려와 함께 클럽이 청소년들의 일탈을 조장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윤 이사는 "학생들이 클럽을 좋아해주고 시선들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그 중에 컨트롤이 안 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며 "클럽 경호원들의 시선을 피해서 흡연을 하는 아이들의 경우처럼 선도를 더 해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일 학생들 하교시간에 맞춰 홍대 거리에서 청소년 금연 캠페인 현수막을 들고 포스터와 전단지를 돌리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럽 측은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을 해결하면서 청소년 클럽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윤 이사는 "주말에는 클럽 내부가 꽉 찰 정도로 장소가 협소하다"며 "더 큰 공간에서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더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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