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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수 롱디 인터뷰 “가사 때문에 울었다는 평 들으면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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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인을 멋진 척 보내주지 않고 조금 지질해보일지라도 미련 가득한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노래 가사들이 한동안 차트 상위권을 차지해왔다. 윤종신의 ‘좋니’나 장덕철의 ‘그날처럼’ 같은 곡들이다. 이 곡의 가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만 볼 수 있게 설정해놓고 일기로 쓴 글들 같다. 최근 인디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는 남성 듀오 롱디의 ‘그리워라’에서도 이같은 솔직함이 묻어난다.

‘지금은 웬수가 된 너이지만 온 우주가 너로 가득했던 밤이 있었다 / 너의 힘든 시절에 나 함께해주지 못했고 우린 다른 시간 속에 살았다’ ‘혹시 엄마가 들을까 봐 화장실 물을 틀어놓고 엉엉엉엉엉 울었다’(‘그리워라’ 가사)

지난달 미니앨범(EP) <그리워라>를 낸 롱디를 지난 14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롱디는 오는 3월11일 열리는 공연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매진됐을 정도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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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디는 30살, ‘88년생’ 동갑내기 두 명으로 이뤄진 듀오다. 한민세는 작곡과 프로듀싱, 피아노 연주 등을 맡고 있다. 노래는 민샥(본명 김민석)이 한다. 각자 조용히 음악을 해오던 두 사람이 우연한 계기에 만나서 팀을 결성하면서 지금의 ‘롱디’ 색이 완성됐다.

“저는 철학을 전공했는데, 복학하고서 인턴 지원을 하기 위해 원서를 쓰다가 ‘취미란’에 쓸 취미조차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음악을 좋아하니까 컴퓨터로 음악 만드는 것을 취미삼아보자는 마음에서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작곡을 했고, 계속 음악을 하게 됐죠.”(한민세)

한민세가 함께 듀오를 할 보컬을 찾아헤맨 끝에 만난 것이 민샥이다. 민샥은 <보이스코리아> <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제법 이름은 알렸으나 데뷔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민세의 노래를 민샥이 불러보니 멜로디와 보이스의 조합이 좋았다. 두 사람은 2015년 ‘취향수집’이라는 노래로 데뷔했다. 그룹명은 ‘장거리 연애를 하는 커플’을 의미하는 ‘롱디(롱 디스턴스·Long Distance)’로 정했다. “어감이 예쁘기도 하고, 달달함과 아련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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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디 노래 중에서는 ‘그리워라’나 ‘따뜻해줘’처럼 사랑 노래들이 제일 잘 알려져있지만, 두 사람은 달달한 노래만 하지는 않는다. 매 시기마다 자신들이 몰입해있는 주제들로 가사를 썼다. 노래 ‘택시드라이버’에서는 앞만 보고 달리는 택시 드라이버의 외로움을 그렸다. 노래 ‘참지마요’에서는 “내일 당장 맨홀뚜껑 밟고 빠질지 몰라”라면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기 위해 하고 싶은 걸 참지마라”라고 노래했다.

“데뷔곡인 ‘취향수집’을 할 때만 해도 우리는 멋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한 해 두 해 지날수록 내가 일상생활에서 멋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질한 사람에 가까운데, 멋있는 음악을 하는 건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고, 발라드라는 장르를 하면 제일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작년 한 해 동안 그런 이야기들을 했고, 앨범 <그리워라>에 이야기 나눈 것들을 담았어요.”(한민세)

올해 두 사람은 더 많은 활동을 할 계획이다. 민샥은 “‘가사 때문에 울었다’는 칭송에 가까운 평을 받으면 제가 쓴 가사는 아니지만 무척 뿌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민세는 “내가 만든 것들로 누군가를 눈물 나게 할 수 있다는 감정이 들 때 좋았다”며 “방송활동을 많이 못하지만, 유튜브같은 SNS를 활용해서 관심가져주는 분들에게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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