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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흥유라’ 민유라 “예쁘다고 해주시니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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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강릉=최형창 기자


“유라 예쁘다.”

평창동계올림픽 피켜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 경기가 열린 19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조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링크에 등장하자 관중석에서 곳곳에서는 한국 팬들이 환호성을 내며 응원했다. 예쁘다는 말에 민유라도 방긋 웃었다. 민유라는 “들어가기 전부터 ‘유라 예쁘다’는 말이 들렸는데 잊을 수 없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민유라는 평창에서 인기가 풀쩍 뛴 선수 중 하나다. 지난 5일 한국선수단 입촌식에서 비보이와 함께하는 무대에 가장 먼저 뛰어 나와 흥을 돋웠다. 대표팀 동료가 경기할 때 선글라스와 오륜 안경을 쓰고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 ‘흥유라’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민유라-겜린 조는 이날 쇼트에서 16위를 차지하며 24팀 중 20위까지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이스댄스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20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재미교포인 민유라와 귀화 미국인인 겜린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한국아이스댄스 선수로는 처음 출전해 24위를 기록한 양태화-이천군 조를 넘어 한국 아이스댄스 최고의 올림픽 성적을 올렸다.

이날 민유라-겜린 조는 기술점수(TES) 32.94점, 예술점수(PCS) 28.28점을 합쳐 61.22점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공인 최고점 61.97점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앞서 단체전 쇼트에서 받은 51.97점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날 내외신을 막론하고 민유라 상의가 화제였다. 단체전에서는 민유라 상의 후크가 풀리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져 마음껏 연기하지 못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서다. 민유라는 “일본, 스페인 선수들이 나에게 와서 그 나라 언론에서 전부 제 기사로 가득하다고 알려줬다”며 “원래는 스케이트 신기 20분 전부터 준비하는데 오늘은 30분전부터 준비하고 옷을 3곳이나 더 꿰맸다”고 웃어보였다.

이날 민유라-겜린 조는 정열적인 라틴 리듬에 타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Despacito)’에 맞춰 안무를 시작한 둘은 이번 시즌 패턴댄스의 필수요소인 룸바 시퀀스를 자신있게 수행해 최고 레벨인 레벨4를 받았다. 이어 룸바 리듬의 ‘마이 올(My All)’로 음악이 바뀌고 두 선수가 반드시 신체의 일부를 접촉한 채 춰야 하는 패턴 댄스 타입 스텝 시퀀스를 레벨3으로 수행했다.

겜린이 민유라를 들고 곡선으로 이동하는 고난도의 커브 리프트는 레벨 4로 마쳐 관중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이어 삼바 리듬의 ‘무헤르 라티나(Mujer Latina)’로 넘어가면서 둘은 나란히 서서 회전하며 이동하는 싱크로나이즈드 트위즐을 역시 최고인 레벨4로 수행했다. 둘은 손을 잡지 않은 채 연기하는 낫 터칭 미들라인 스텝 시퀀스를 레벨3으로 소화한 것을 끝으로 다섯 가지 과제를 모두 마쳤다. 모든 과제에서 수행점수(GOE) 가산점을 받았다.

세계일보

둘은 연기를 마치고 대기석인 키스앤크라이로 이동했다. 전광판에 61.22점이 뜨는 순간 민유라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민유라는 “앞조들이 연달아 59점대가 나오고 시즌 최고점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내심 걱정했는데 아나운서가 61을 외치는 순간 만감이 교차해 눈물이 났다”며 “목표였던 프리스케이팅에 나설 수 있어서 기쁘다. 프리에서 많은 분들께 우리가 준비한 아리랑 댄스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유라-겜린 조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한복을 곱게 입고 ‘홀로 아리랑’에 맞춰 아리랑 댄스를 선보인다. 아이스댄스에서 한복 차림과 아리랑 곡은 낯설어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들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의지로 프리스케이팅을 준비했다. 민유라는 “20위 안에 들어야해서 오늘은 기술적인 부분에 더 신경 썼는데, 프리에서는 긴장 풀고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열어서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민유라의 인기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치솟는 중이다. 평소 수백개였던 인스타그램 게시글 ‘좋아요’ 숫자도 최근은 수천개에 달한다. 민유라는 “인스타그램을 켜기 무서울 정도로 좋아요가 눌리고 메시지가 온다”며 “단체전 끝나고 연습 때문에 잠시 서울을 다녀왔는데 사람들이 알아봐준다. 가장 좋은 건 단순히 피겨 선수가 아니라 아이스댄스 선수라고 정확히 얘기해주셔서 이 종목을 알리는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강릉=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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