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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물류창고 화재에도 "가만히 있으라"…쿠팡 ‘안전불감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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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덕평물류센터 담뱃불로 화재

놀란 근로자 대피하자 감독관 "허락없이 이탈하지 마라"

안전문제 지적한 아르바이트생에겐 '출근불가' 통보

종이박스 가득한 대형물류센터, 화재 시 인명피해 키울 수 있어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지난 설 연휴기간 쿠팡이 운영하는 대형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직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장 관계자들이 업무시간이란 이유로 직원들의 대피를 막은 사실이 이데일리 취재 결과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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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꽉 채운 연기에도…“허락 없이 대피하지 마라”

지난 17일 오후 4시 50분께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한 근로자가 버린 담배꽁초가 종이박스에 옮겨 붙은 게 화근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3층. 희뿌연 연기가 3층 작업장으로 유입됐다. 탄내가 나는 탓에 작업자들이 웅성거렸다. 그러나 안내방송이나 감독관들의 대피 명령은 없었다.

일부 근로자들이 바깥으로 대피했지만 현장의 한 감독관이 이들을 막아 세웠다. 그는 대피한 근로자들을 향해 “일 하는 시간에 허락 없이 자리를 이탈하면 어떡하느냐”며 “어서 자리로 돌아가서 일을 시작하라”고 호통 쳤다.

당시 대피를 했던 아르바이트생 A씨는 “(감독관 지시에) 연기가 가득한 작업장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그제야 관리자들이 소화기를 들고 잔불을 정리하는 모습을 봤다”며 “불이 완전히 진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근로자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들에 의해 화재는 조기에 진압됐다. 그러나 불안감을 느낀 A씨가 현장 사무실 직원에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냐”고 항의하자 직원은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다. 싫으면 조퇴하라”고 답했다. 결국 A씨는 귀가했고 그날 저녁 물류센터 관계자로부터 “업무평가 결과 이후 출근은 불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종이박스 가득한 물류센터…“현장 안전관리 강화해야”

취재 결과 당시 현장에 있던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며 업무를 지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당시 현장에 있었던 B씨는 “화재 인근 작업장에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연기가 들어찼지만 근로자들에게는 마스크조차 나눠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업무 전 실시하는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근로자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덕평물류센터에서 근무했다는 아르바이트생 C씨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화재시 대피요령 등은 알려주지 않는다. (안전교육 시간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얘기했더니 ‘그럼 출근을 더 일찍해서 (교육을) 받으라’고 했다. 그 뒤 안전교육을 이수했다는 서명만 받아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물류센터일수록 화재 관리와 현장 감독관의 안전교육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대형 물류센터 안에는 수십만 개의 종이 박스가 쌓여 있는 탓에 작은 불씨 하나로도 삽시간에 화재가 번질 수 있어서다.

현재 쿠팡은 인천과 경기도 이천에 각각 약 9만9173㎡(3만평) 규모의 물류공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충남 천안에 대지면적 약 14만8760㎡(4만5000평), 건물면적 약 5만4876㎡(1만6600평)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를 열었다.

한편 쿠팡 관계자는 이번 화재와 관련 “센터 외부의 금연구역에서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소규모 화재였는데 근무자들에게 자세히 알리지 못한 점이 있다”며 “불안하게 해드린 점 근무자들께 사과드린다. 재발 방지를 위해 흡연구역 안내 및 안전교육, 관리자 교육 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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