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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피고인 없이 소변·머리카락 밀봉하면? “마약 증거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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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마약 증거물을 피의자 앞에서 봉인하지 않은 채 가져갔다면, 마약성분이 검출됐다고 하더라도 유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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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성분을 검출하기 위해 채취한 소변과 머리카락을 피고인이 없는 곳에서 밀봉했다면 감정 결과 마약 성분이 나왔더라도 유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

19일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지난 8일 마약투약 혐의로 기소된 차모(51)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이날 재판부는 “소면과 머리카락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료의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시료에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돼야 하고, 시료의 인수·인계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유지돼야 한다”며 “(차씨의 투약 증거로 제출된) 소변과 머리카락은 피고인 눈앞에서 봉인되지 않은 채 반출됐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재판부는 “조작·훼손·첨가를 막기 위해 어떤 조치가 취해졌고, 누구를 거쳐 국과수에 전달됐는지 확인할 기록이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며 “국과수의 감정물이 피고인의 것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마약투약 전과가 있는 차씨는 2016년 9월 서울과 인천, 천안 등에서 소위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차씨를 수사한 경찰은 차씨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받은 후 이를 차씨가 없는 장소에서 밀봉해 국과수에 보냈고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가 메스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됐다고 회신했지만, 차씨는 국과수에 보낸 소변과 머리카락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앞서 1·2심은 “소변이 바뀌었다거나 착오 내지 오류가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으로부터 채취한 소변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인정해야 한다”며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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