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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철강업계 ‘볕 드나’ 했더니…보호무역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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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2017>철강 리그테이블 포스코 등 3개사 작년 공급과잉 딛고 선방 올해 美 관세장벽 등 '보호무역 현실화' 관건 [비즈니스워치] 윤도진 기자 spoon504@bizwatch.co.kr

‘볕 드나’ 했더니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는 형세다. 국내 철강업계가 처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지난해 비교적 선방했다. 각 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과 공급과잉으로 인한 철강재 가격 약세 속에서도 무난한 수준으로 수익성을 지켰다.

문제는 올해다. 외형이나 이익률을 작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 특히 연초부터 우려됐던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폭탄이 떨어지면서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우리 철강 수출이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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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수급여건 개선에 '한숨' 돌렸지만



1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 3사의 작년 영업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은 6조2333억원으로 재작년 4조5463원보다 37.1% 증가했다. 매출은 재작년 74조7816억원에서 작년 85조8897억원으로 14.9% 늘었다. 3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6.1%서 7.3%로 1.2%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철강업계 영업이익률은 2002년 이후 10%대를 유지해 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인 2009년 이후 7%대로 내려앉았고, 이어 2012년 이후에는 5%대에 머물러 있었다. 경기부진과 중국발 공급과잉, 경쟁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원인이었다.

작년 경영실적은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공급과잉 일부 해소, 철강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회복세가 나타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경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보다 5.4%, 4.9% 줄었지만 덩치가 가장 큰 포스코는 62.5%나 늘렸다.

포스코의 실적 개선은 건설이나 무역 등 비철강부문이 더 두드러졌다. 그러나 철강부문만 따로 봐도 영업이익은 3조6046억원으로 전년보다 23.1% 늘었다. 현대제철 경우 미국과 중국서 자동차 판매가 줄면서 관련 철강재 판매가 고전했지만 고로 생산성 개선과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증가로 실적 부진을 막았다. 동국제강은 후방산업인 건설업 호조에 철근 매출을 늘린 게 선방 배경이 됐다.

국내 철강사들은 이런 작년 성적을 토대로 내실 위주의 보수적인 영업목표를 세웠다. 포스코는 올해 매출을 작년 실적보다 2% 가량 늘린 61조9000억원으로 잡고, 현대체철은 제품 판매 목표를 전년보다 2.4% 늘렸다. 동국제강도 외형보다는 내진 철강제품, 프리미엄 컬러강판 등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내실경영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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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관세장벽에 다시 '한파경보'

하지만 눈높이를 낮춘 영업목표조차 실현 가능할지 우려가 커진 것이 올해 철강업계 현실이다. 특히 미국에서 철강시장 제재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다. 올 초 신년인사회에서도 권오준 철강협회장(포스코건설 회장)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등 주요국 보호무역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며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 직권으로 수입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무역 제재수단이다. 1962년 제정 후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효력이 사라졌지만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부활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철강수입과 관련해 ▲모든 나라에 일률적으로 최소 24% 관세 부과 ▲한국을 비롯한 브라질·중국·코스타리카·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러시아·남아공·태국·터키·베트남 등 12개국에 53% 관세 부과 ▲국가별 대미 수출액을 지난해의 63%로 제한하는 쿼터 설정 등 3개 안을 담은 보고서를 백악관에 전달했다.

철강시장에서 미국의 규모와 대미교역량을 볼 때 국내 철강업계에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에 따르면 내년 미국 철강수요는 9730만톤으로 전세계 수요 16억2700만톤의 6% 수준이다. 한국철강협회에서는 지난해 우리나라 철강의 대미 수출이 총 355만톤으로 전체 수출규모의 11.2%라고 집계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가 유럽연합(EU)이나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로 번지게 될 경우 대외 의존도가 큰 우리 철강산업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문제는 무역제재가 미국에서 그치지 않고 도미노처럼 권역별 제재조치가 강화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수출입 모두 비중이 40%를 넘는 우리 철강산업이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원재료나 철강재 수급 측면에서의 시장 환경은 작년보다 우호적이다. 올들어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은 작년 초 고점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철강제품 가격은 중국의 감산과 인도 아세안 등의 5~6%대 수요 증가로 강세를 유지할 것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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