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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성추행 논란' 이윤택, 공개 사과? 모순만 가득했던 자기 변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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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박혜미 기자]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성추행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그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었고 모순만이 가득했다.

성추행 논란의 시작을 이러했다. 지난 14일 연극 연출가 김수희는 '미투(Me too)' 운동에 동참하는 의미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는 10년 전 연극 '오구' 연출가(이윤택)가 "기를 푼다"며 안마를 시켰고, 이 과정에서 바지를 벗고 자신의 성기를 주무르라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이윤택 연출은 연희단거리패(대표 김소희)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근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연희단거리패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윤택의 성추행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모든 잘못을 인정, 연희단거리패와 30스튜디오, 밀양연극촌의 예술감독직에서 모두 물러났다고 알렸다.

하지만 17일 과거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다는 A씨가 이윤택 연출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논란이 또 한 번 불거졌다. A씨는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 밀양과 부산에서 이윤택 연출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적었다.

A씨는 "저라는 피해자 이후에도 전혀 반성이 없이 십 수년간 상습적으로 성폭력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폭로를 결심했다"고 밝혔고, 이윤택 연출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지금까지 직접 사과없이 연희단거리패를 통해서만 사과의 입장을 밝혔던 이윤택 연출은 19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이날 이윤택 연출은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 제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한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 다시 한번 피해 당사자분들께 사죄를 드린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그랬지만 번번이 그 약속을 제가 깼다. 그래서 이런 큰 죄를 짓게 됐다. 연극계 선후배분들께도 사죄드린다. 저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생겼다. 다시 한번 피해 당사자분들께 사죄를 드린다.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는 성추행 논란에 이어 불거진 성폭행 논란에 대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힘들다. 성폭행을 인정할 수 없고 강제도 아니었다. 행위 자체는 있었지만 폭행은 결코 아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법적 절차를 밟아 조사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임하겠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면 다른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심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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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연출의 말에는 모순이 가득했다. 성폭행에 대해 사과하지만 성폭행을 하진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이후에도 이윤택 연출은 "죄송하다"는 사과를 거듭했지만, 성폭행에 대해선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그는 "이 문제는 여기서 구체적으로 밝히기 힘든 부분이다. 폭력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상호간의 믿고 존중하는"이라며 말끝을 흐렸고 "선정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성폭행을 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까지도 이윤택 연출은 "이 자리는 특정 사람에 대한 사과가 아닌 모두에 사과를 위한 자리다. SNS상에 올라온 글들이나 사실인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문제를 여기서 왈가왈부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법적 절차가 필요하고 성실하게 조사를 받아서 사실과 진실을 밝히고, 그 결과에 대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받겠다.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윤택 연출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 역시 사건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단원들과의 논의 끝에 연희단거리패의 해체를 결정했다는 김소희 대표는 "멋진 연극 세계를 관객들께 보여준다는 것 하나로 극단을 이어왔는데 대면한 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극단이 어렵거나 돈이 없거나 한다면 다시 뭉쳐서 할 수 있는 거지만, 대면한 진실이 더이상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연희단거리패의 해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선생님께 늘 그게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고 선생님도 늘 알겠다고 안 그러겠다고 하셨었다. 하지만 그게 되지 않았고, 그래서 선생님이 요구하면 싫다고 하라고 단원들한테 얘기를 했었다. 나중에 후배에게 왜 싫다고 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개인의 문제라 생각했었다"며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 안에서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이 실제로 있었고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아보려 한다. 사실 확신을 잘 못하겠다. 어느 정도인지. 오늘 당사자들 만나서 소통을 해보려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이번 논란에 대한 책임자로서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 반복하던 김소희 대표는 "저희가 너무 연극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만 매달려서 달리다 보니 정작 안의 식구들이 상처 나는 걸 간과해왔다. 저희가 너무 무모했다. 저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끝으로 김소희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끝까지 제가 책임지고 진행을 하겠다. 개인적인 사과는 여러 말씀이 있었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만나는 게 아니라는 입장도 있었고, 직접 사과는 하는 게 맞다는 입장도 있었고. 피해자가 원하며 할 것이다. 앞으로의 경과에 대해서도 제가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혜미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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