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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리뷰] 인텔 잡을 AMD 야심작...'배그'도 거뜬, 가성비 갑 ‘라이젠 A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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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가 절치부심 끝에 2017년 선보인 '라이젠(RYZEN)' 시리즈 프로세서는 PC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지난 수년 동안 인텔의 그림자만 쫓기에 바빴던 AMD의 CPU 성능이 단숨에 인텔 최신 CPU의 턱밑까지 따라붙었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AMD가 CPU 시장에서 '인텔 최대의 라이벌' 다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작 AMD가 노리는 중저가 보급형 PC 시장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최신 프로세서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내장 그래픽'의 부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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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젠 프로세서가 첫 출시된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2018년 2월, AMD가 드디어 내장 그래픽이 포함된 '라이젠 데스크톱 APU(내장 그래픽을 갖춘 AMD 프로세서의 통칭)' 시리즈를 정식으로 출시했습니다.

◆ 내장 그래픽이 중요한 이유

PC로 게임을 좀 해본 이들이라면 인텔 CPU의 내장 그래픽은 현실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최신 게임 속 세상이나, SF 및 판타지 영화에서나 봄 직한 각종 화려한 그래픽 효과 등을 표현하기는 아쉽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C로 최신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별도의 그래픽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습니다. 차세대 비주얼 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상현실(VR) 역시 제대로 활용하려면 강력한 그래픽 성능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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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질적으로 전 세계 PC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 가정용, 업무용 PC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인터넷 검색이나 문서업무 등 높은 성능이 필요 없는 작업에서는 그저 PC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화면으로 출력만 하면 됩니다. 즉 내장 그래픽만으로 충분합니다. 실제로 내장 그래픽카드를 포함한 전 세계 그래픽카드 시장 점유율은 인텔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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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보급형 PC 시장을 노리던 AMD의 라이젠3 및 라이젠5 하위 라인업이 고전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CPU 자체만 보면 더할 나위 없는 성능을 제공하지만, 정작 PC로 구성하려면 최소 5만원 이상을 더 주고 래픽카드를 따로 사야 했기 때문에 특유의 '가격 대비 성능'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내장 그래픽이 추가된 '라이젠 데스크톱 APU'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최신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내장그래픽'

이번에 AMD가 선보인 라이젠 데스크톱 APU는 '라이젠5 2400G'(4코어 8스레드, 부스트 시 3.9GHz)와 '라이젠3 2200G'(4코어 4스레드, 부스트 시 3.7GHz)의 두 가지 모델입니다. 구성만 보면 대략 기존 '라이젠5 1400'및 '라이젠3 1200'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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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존 라이젠 프로세서와 달리 AMD의 '라데온 베가(Radeon Vega)' 그래픽을 내장 그래픽으로 탑재했습니다. 별도의 카드형 '라데온 베가' 제품에 비해 작동 속도(클럭), 메모리 종류, 그래픽 코어의 수, 그래픽 처리 능력 등은 대폭 다운그레이드됐지만 가장 최신의 그래픽 아키텍처를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에 AMD의 최신 그래픽 기술의 대부분을 그대로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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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기만 한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본론인 '성능'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우선 CPU 성능은 비슷한 코어 구성의 인텔 프로세서 수준의 성능을 보여줍니다. 4코어 8스레드의 라이젠5 2400G는 인텔의 7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라이젠3 2200G는 7세대 코어 i5 프로세서와 비슷한 성능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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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래픽 성능은 얘기가 다릅니다. 인텔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이 최신 8세대 기준으로도 '리그 오브 레전드'나 '디아블로3' 같은 게임을 간신히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인 데 반해 라이젠5 2400G와 라이젠3 2200G는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 등 한 수 위의 성능을 요구하는 최신 게임도 그럭저럭 플레이할 수 있는 그래픽 성능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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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의 경우 풀HD 해상도(1920x1080)에서도 나름 쾌적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베틀그라운드의 경우는 그래픽 해상도를 일반 HD(1280x720) 정도로 낮추고, 게임 내 그래픽 옵션을 대부분 '낮음' 수준으로 잡아야 그럭저럭 게임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초당 약 50프레임 내외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고사양 게이밍 PC와 비교하면 어림도 없지만, 내장 그래픽만으로 현재 8만원~1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지포스 GT1030'급의 게임 성능을 구현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파격적인 결과입니다. 그래픽 성능만 따지면 현재의 인텔 내장 그래픽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 마니아를 위한 부가 기능도 빠짐없이 제공해

AMD의 최신 그래픽 아키텍처를 사용했기 때문에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플루이드 모션(Fluid Motion)'이나 '프리싱크(FreeSync)' 등의 기술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플루이드 모션'은 초당 24프레임~30프레임의 영상을 초당 60프레임으로 보정해주는 기술입니다. 고급형 TV에서 지원하는 '스포츠 모드'처럼 다소 딱딱 끊기고 부자연스러운 영상을 매끄럽고 부드럽게 만들어줘 화질이 더욱 업그레이드된 효과를 제공합니다. 이 기능 하나 때문에 보급형 AMD 그래픽카드를 따로 사용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매우 인기 있는 기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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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싱크' 기능은 그래픽카드와 모니터의 화면 주사율(refresh rate)을 동기화함으로써 게임이나 스포츠 영상처럼 화면의 내용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종종 발생하는 화면 깜빡임이나 깨짐, 어긋남 등의 현상을 줄여줍니다. 모니터가 프리싱크 기능을 지원해야 하는 제약이 있지만, 지원만 한다면 게임 등의 영상을 더욱 부드럽고 매끄러운 영상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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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장점을 제공하는데도 불구하고 라이젠5 2400G와 라이젠3 2200G의 가격은 AMD 공식 발표 기준으로 각각 19만9000원과 11만9000원입니다. 라이젠5 2400G 기준으로 비슷한 성능을 제공하는 인텔 CPU(7세대 코어 i7, 약 30만원대)와 보급형 그래픽카드(지포스 GT 1030, 평균 9만원대)의 구성보다 20만원 가량 저렴합니다.

바꿔 말하면 기존의 업무용 보급형 PC의 가격으로 이전 세대의 최상급 CPU에 버금가는 처리 성능과 적당히 최신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그래픽 성능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셈입니다. AMD의 라이젠용 메인보드 가격이 동 세대 인텔 메인보드보다 약 20% 이상 더 저렴한 것을 고려하면 '가격 대비 성능' 차이는 더욱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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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인텔보다 부족한 '브랜드 파워'를 AMD가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습니다. 'CPU=인텔'이라는 공식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보편화한 것과 달리, AMD는 여전히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입니다. 그나마 지난해 라이젠이 출시되면서 PC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적어도 브랜드 이름을 한 번쯤은 들었을 정도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훨씬 강력한 내장 그래픽과 더욱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을 무기로 돌아온 AMD의 '라이젠 데스크톱 APU' 제품군이 올해 PC 시장에 어떠한 파란을 일으킬지 기대가 됩니다.

IT조선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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