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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상화 150m 남기고 삐끗 … 아쉬운 듯 후련한 듯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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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빙속 500m서 0.39초 차 2위

중앙일보

이상화는 이날 혼신의 역주를 펼쳤지만 고다이라에 뒤져 2위를 차지했다. 마지막 레이스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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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m 레이스를 마친 뒤 그는 펑펑 울었다.

결과는 2위. 슬픔이었을까. 아쉬움이었을까. 이제 모든 게 끝났다는 후련함, 오랜 부담감을 떨쳐냈다는 홀가분한 감정이 북받쳐서 나온 눈물이 아니었을까.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의 마지막 질주가 끝났다. 맞수 고다이라 나오(32·일본)에 뒤져 은메달을 땄지만 멋진 레이스였다. 눈물을 쏟은 이상화에게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상화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의 기록으로 골인, 2위를 차지했다. 15조에서 아리사 고(일본)와 함께 달린 이상화는 36초94의 올림픽 기록을 세운 고다이라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고다이라에게 0.39초 차이로 금메달을 놓친 것이다. 2010 밴쿠버, 2014 소치올림픽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따냈던 이상화는 세 번째 500m 도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코너 돌다 실수 한 듯”

이상화는 스타트에 승부를 걸었다. 100m 구간을 가장 빠른 10초20의 기록으로 통과했다. 고다이라보다 0.06초 빨랐다. 세 번째 코너를 돌 때까지도 고다이라의 구간 기록을 0.2초 이상 앞섰다. 하지만 코너를 돌면서 살짝 삐끗한 뒤 마지막 150m 구간에서 뒤졌다.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왼발에 완벽하게 힘을 싣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올림픽 개막 전 인터뷰에서 이상화는 “금메달을 따든, 못 따든 눈물을 흘릴 것 같다. 팬들도 같이 울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스를 마친 이상화는 그의 말대로 울었다.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했다. 라이벌인 고다이라와도 다정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상화는 “정상에서 떨어질까 걱정을 많이 했다. 최선을 다했으니 많은 격려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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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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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올림픽, 네 번의 눈물=이상화의 첫 번째 올림픽은 2006년 토리노 대회였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이상화는 5위에 오른 뒤 눈물을 흘렸다.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4년 뒤 밴쿠버올림픽에서도 이상화는 울었다. 이번엔 기쁨의 눈물이었다. 세계기록 보유자 예니 볼프(독일)를 꺾고 금메달을 따낸 뒤였다.

무릎·종아리 … 부상 이기고 투혼 발휘

이상화는 이승훈·모태범과 함께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 참석해 유치전을 도왔다. 그러고는 2014년 소치올림픽만 바라보며 내달렸다. 이상화는 결국 소치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에도 그는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개막 전 “금 따든 못 따든 울 것 같아”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이상화는 평창올림픽에도 출전하기로 결심했다. 이상화는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지 않았다면 운동을 그만뒀을 것이다. 이룰 수 있는 걸 다 이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꼭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자신보다 세 살 많은 고다이라 나오와 싸웠다. 1500m 금메달리스트 이레인 뷔스트(32·네덜란드)도 30대다. 이상화도 4년 뒤까지 충분히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엔 출전하지 않을 계획이다.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기량으로는 충분히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화는 네 차례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가까이에서 봤기 때문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했다. 이상화는 “친구 (이)승훈이와 (모)태범이, 그리고 쇼트트랙 대표팀 후배 (곽)윤기는 베이징올림픽에도 도전하겠다고 하더라. 나는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은메달을 목에 건 뒤 “마지막 코너를 돌다 살짝 실수한 것 같다”며 “부모님이 경기장에 오신 건 오늘이 처음이다. 부모님 생각을 하며 달렸다”고 말했다.

◆부상 이겨낸 야생화=이상화는 그동안 무릎과 종아리·장딴지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그를 가장 오래 괴롭힌 부위는 무릎이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도 왼 무릎 연골과 연골판이 손상된 채 금메달을 따냈다. 윤활유 역할을 하는 활액이 차 무릎 관절이 퉁퉁 붓는다. 축구선수 박지성도 이 증상 때문에 그라운드를 일찍 떠났다. 활액이 들어 있는 활막 일부가 두꺼워지는 ‘추벽증후군’도 있다. 밴쿠버올림픽 이후 수술도 고민했지만 후유증을 고려해 재활치료 및 강화훈련으로 버텼다.

맞수 고다이라 올림픽 기록으로 금

하지정맥류도 있다. 하지정맥류는 정맥 내 혈액이 역류하면서 늘어나 피부 밖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쉽게 피로해지고 통증도 심하다. 이상화는 “너무 아파서 소치올림픽 전엔 잠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난해 3월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은 뒤 상태가 좋아져 평창올림픽에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상화와 함께 출전한 김현영(24·성남시청)은 12위(38초25), 김민선(19·의정부시청)은 16위(38초53)에 올랐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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