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기어 바꾸듯 폭발적 바깥돌기 … 최민정 ‘꿀잼’ 약속 지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메달 건 비교불가 ‘수퍼 탤런트’

여자 쇼트트랙 1500m 압도적 1위

500m 실격으로 은메달 놓친 뒤

“손 안 짚고 추월할 것, 더 꿀잼” 예고

전이경 “한마디로 여자 안현수”

감정 잘 안 드러내 ‘얼음공주’ 별명

모친이 맹모처럼 열성 뒷바라지

중앙일보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최민정이 바깥 쪽을 돌면서 추월하고 있다. 최민정은 몸싸움을 할 필요도 없이 맹렬한 속도로 다른 선수들을 따라잡아 1위로 골인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퍼 탤런트(talent·재능)’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라고도 한다. 한국 스포츠에 또 한 명의 ‘수퍼 탤런트’가 탄생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최민정(20·성남시청)이 처음 참가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최민정은 지난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 결선에서 2분24초948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2위 중국의 리진유(2분25초703)를 무려 0.755초나 앞섰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쇼트트랙에서 이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미국 UPI는 “최민정은 압도적이었다. 마지막 두 바퀴는 마치 (자동차) 기어를 바꾼 것 같았다”면서 “최민정이 1위로 올라선 뒤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놀라워했다.

중앙일보

대한민국 최민정이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500m 준결승 경기에서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민정의 올림픽 정상 등극은 시간문제였다. 피겨 김연아(28), 수영 박태환(29),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29), 쇼트트랙 안현수(33·러시아명 빅토르 안) 등처럼 어린 시절부터 천부적 재능을 뽐내며 두각을 나타냈고, 피나는 노력으로 정상에 우뚝 섰다.

중앙일보

[올림픽] 작전 지시하는 전이경 코치 (강릉=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7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예선전에서 싱가포르 전이경 코치가 샤이엔고 선수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8.2.17 xy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94년 릴레함메르와 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연속 2관왕에 오른 ‘쇼트트랙 전설’ 전이경(42) 싱가포르 대표팀 감독은 “최민정은 타고난 게 너무 많은 천재”라며 “최민정과 동시대에 활약했다면 내가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 감독은 “최민정은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어떻게 하면 최민정 같은 체구에서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가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최민정은 2014년 소치올림픽에는 나이 제한(만 16세 이상)에 걸려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최민정은 만 15세 5개월이었다. 주니어 무대를 평정한 뒤 소치올림픽 직후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전이경 감독은 “소치올림픽 때 만난 지도자들이 하나같이 ‘최민정이 등장하는 내년에 세계 쇼트트랙 판이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최민정은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우승도 최민정이었다.

중앙일보

최민정이 18일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이경 감독은 “최민정은 한 마디로 ‘여자 안현수’”라고 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관왕인 진선유(30) 단국대 코치도 “내가 파워 스케이팅을 했다면 최민정은 스케이트를 사뿐사뿐 타면서도 가속도를 붙인다. 거기에 체력까지 엄청나다. 나보다 더 낫다”고 했다.

16세 때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안현수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6개(토리노 3관왕, 소치 3관왕)를 땄다. 세계선수권 종합우승도 여섯 번이나 차지한 ‘쇼트트랙 황제’다. 전성기 땐 단거리는 물론 장거리에서도 휩쓸었다. 라이벌 아폴로 안톤 오노(36·미국)는 “만약 쇼트트랙을 위해 태어난 운동선수가 있다면 안현수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제20회 토리노동계올림픽이 계속된 19일 남자 1,000m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추가한 안현수가 결승전에서 완벽한 코너워크를 구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최민정과 안현수는 닮은 점이 많다. 아웃코스 추월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아웃코스 추월을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체격이 작고 힘에서 밀리다 보니 인코스로 파고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민정은 키가 1m62㎝, 안현수는 1m73㎝다.

최민정은 지난 13일 여자 500m 결승에서 마지막 코너에서 인코스로 추월을 시도하다 실격당했다. 1500m 결승에선 마지막 세 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로 질주해 1위를 탈환한 뒤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바깥쪽으로 달리면 더 강한 원심력을 견뎌야 하는데 최민정은 짧은 보폭으로 더 빠르고 많이 발을 움직인다. 다른 선수보다 두세 번은 더 뛴다. 때문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 수 있다.

최민정의 별명은 ‘얼음공주’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데다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 선수를 제치는 모습 때문이다. 처음엔 시상대에 올라서도 웃지 않아 동료들의 타박을 듣기도 했다. 최민정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위에 그쳤다. 세계선수권 최상위 입상자에게 주는 국가대표 자동 선발권도 3위를 차지한 심석희(21)에게 내주며 첫 좌절을 맛봤다.

중앙일보

대한민국 최민정이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500m 결승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후 최민정은 더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실패를 딛고 한 단계 발전했다. 13일 실격 직후 잠시 눈물을 보이긴 했지만 "손을 짚는 게 진로방해라면 손을 안 짚고 추월하겠다. 더 ‘꿀잼’일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최민정은 여섯 살 때 언니와 함께 참가한 겨울방학 캠프에서 스케이트를 처음 탔고, 초등학교 1학년 때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최민정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개인 코치를 따라 서울에서 경기도 성남의 분당초등학교로 전학했다. 이때 최민정의 가족 모두 분당으로 이사했다. 최민정의 모친은 맹모(孟母)에 버금가는 열성으로 딸을 뒷바라지했다.

최민정은 이제 3관왕에 도전한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한 진선유와 안현수 이후 아무도 해내지 못했다. 최민정은 20일 여자 3000m 계주, 22일 1000m에 출전한다.

강릉=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