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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올림픽] '빙속여제' 이상화 "은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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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신기록 세울 때 느낌…너무 빨라 실수 나왔다"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 듣고 싶어요"

뉴스1

대한민국 이상화가 18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오벌에서 경기를 마친 뒤 활짝 웃으며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8.2.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강릉=뉴스1) 김도용 기자,맹선호 기자 = "이제 끝났구나, 드디어 끝났구나 싶었다."

'빙속여제' 이상화(29)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500m 경기를 마치고 아쉬우면서도 후련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상화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을 기록,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고다이라 나오(일본36초94)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날 이상화는 첫 100m에서 폭발적인 스타트를 보였다. 10초20으로 통과, 고다이라 나오보다 빠른 기록을 찍었다. 그러나 마지막 코너에서 미끄러지는 실수를 범하면서 속도가 줄었다. 막판에도 힘을 내지 못하면서 37초33을 기록으로 2위를 마크했다.

레이스를 마친 뒤 울음을 터뜨렸던 이상화는 홈팬 앞에서 다시 환한 미소를 보이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경기 후 이상화는 "마지막 코너에 들어갔을 때까지도 온몸으로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세계신기록을 세울 때 느낌이었다. 너무 빠른 속도를 오랜만에 느껴봐서 마지막 코너에서 실수가 나왔다"면서도 "이미 (경기는) 끝났고 은메달로 마쳤다. 결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값진 경기였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고했다. 고맙다. 이런 말을 듣고 싶다"고 답했다.

이상화는 지난 2010 밴쿠버, 2014 소치에서 500m 금메달을 따내면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2연패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자연스레 이번 대회 3연패 달성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이상화는 기대에 부응하는 스타트를 보였지만 결국 버티지 못했다.

레이스를 마치고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해 묻자 이상화는 "이제 끝났구나, 드디어 끝났구나 싶었다. 500m 경기가 끝나서 부담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며 "금메달을 따지 못해 슬픈 것은 아니었다"고 굳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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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눈물을 보이고 있다. 2018.2.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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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상화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빙속여제'라 불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힘든 시기가 이어졌다.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이지 못했고 고다이라 나오가 급부상하기도 했다.

이상화도 그간의 부상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상화는 "작년에 너무 힘들었다. 몸은 앞으로 가고 있는데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자유자재로 스케이팅을 할 수 없었다. 종아리 부상이 (내) 몸을 잡고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변명은 하지 않았다. 이상화는 "3연패에 대한 부담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렇지만 할 수 있다고 계속 되뇌었다. 부상으로 인해 스피드 감을 잃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을 찾기 위해 1년 반이나 걸렸다"며 "그래도 올라오는 추세였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36초대에도 진입했다. 후회는 없다. 이미 끝났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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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가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마친 뒤 고다이라 나오(일본)와 미소 짓고 있다. 2018.2.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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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후 고다이라 나오와 나눈 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는 "(고다이라 나오와) 중학교 때부터 이 자리에 설 때까지 함께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가 먼저 '아직도 나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에 나는 '너는 1500m, 1000m를 탔는데 이렇게 500m까지 해냈다. 너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나오가 네덜란드에서 운동을 하면서 좋아진 점을 느꼈고, 나도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며 "라이벌이 있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6 토리노 대회에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이상화. 멀기만 했던 스피드스케이팅 메달을 수확해내며 한국 빙상의 역사를 써왔다.

이번 대회는 아쉬움 속에 끝났지만 아직 그의 질주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상화는 "섣불리 은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선수 생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다만 2022 베이징 올림픽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ma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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