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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뉴스분석] 초강력 '관세폭탄' 던진 美…"사실상 수출하지 말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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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뛰어넘는 철강수입 규제 / 美 상무부 ‘3가지 규제안’ 발표 / 韓 포함 ‘12개국 53% 관세’ 최악 / 美 우방 加·日·獨 등은 대상 제외 / 업계 “글로벌 경쟁 자체가 불가능” / 트럼프 4월 11일까지 최종결정 / 정부, 파장 최소·WTO 제소 검토

세계일보

대책회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미 상무부 232조 발표 대응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국내철강업계에 미국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고강도의 철강수입 규제를 내놓자 국내업계는 앞으로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며, 최악의 경우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 등에 이어 철강제품에도 보호무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17일 국내 철강업계는 전날(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대해 “사실상 수출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크게 우려했다. 한국이 수입규제 대상국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은 있었지만 이번 규제 수위는 당초 업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미 상무부는 철강의 경우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에 53%의 관세를 적용하거나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 부과, 국가별 대미 수출액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는 방안 등 3가지를 제안했다. 이 중 한국을 포함한 12개 국가에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채택되면 관세폭탄은 물론 다른 경쟁국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수출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다. 더구나 이번 제안은 이미 적용 중인 관세에 추가로 부과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 수출 철강 제품의 약 80%에 이미 관세가 부과됐기 때문에 추가 관세는 업계 경쟁력 약화와 이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관세가 중복 부과되는 일부 제품은 미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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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철강업체들의 대미 수출 규모는 350만t 안팎으로 전체 철강 수출량의 12%에 이른다. 포스코의 경우 열연·냉연강판엔 60%대 반덤핑·상계관세가 부과된 상태인데 관세가 가장 높은 2안이 채택되면 단순 계산으로도 관세율이 110% 이상으로 뛴다. 미국 내 철강사는 물론 글로벌 경쟁국과 미국 내에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현대제철 역시 열연·냉연강판 현재 반덤핑·상계관세율이 각각 13%, 38%대로 추가 관세 부과 시 수출 차질은 불가피하다.

이날 철강 수입규제안 관련 민관 대책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업계는 한국 등 12개국에 53% 관세를 부과하는 2안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아직 피해규모를 산출할 단계는 아니지만 어떤 안이 결정되든 상당한 피해는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중소 철강업체의 경우 특히 이 같은 환경에 더욱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강력한 2안의 12개국에 한국이 포함되면서 규제 대상국 선정 기준에도 관심이 쏠렸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12개국 선정이 ‘공식에 따른 것은 아니다(not exactly formulaic)’라고 언급했다. 수출량이 많은 국가가 주로 포함됐고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 국가들은 일부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대미 철강 수출 1위인데도 12개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고 멕시코와 전통적 우방인 일본, 독일, 대만, 영국 등도 제외됐다.

대미 수출 증가율도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로스장관이 최근 수출증가율을 주요 기준으로 언급했다”며 “규제국 대상에서 제외된 일본의 경우 최근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였다”고 설명했다.

대미 수출이 많으면서 중국산 철강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이 포함된 것으로 볼 때 중국 철강산업의 저가 수출에 기여하는 국가를 규제국으로 선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상무부 보고서가 ‘중국이 주도하는 고질적인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을 미국 경제 약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 11일까지 상무부 제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의회, 업계와 접촉을 늘려 파장 최소화에 주력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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