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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르포]"잔업·특근할 때가 좋았지"…설 덕담 사라진 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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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이은 GM 충격에 1만3000명 일자리 위기…상권·부동산 경기도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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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한국GM은 지난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사진=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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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라고 있는 게 GM(제너럴모터스)이랑 현대중공업 달랑 2개였잖아요. 한꺼번에 이래버리니까 연휴라고 기운 날 일이 있겠어요."

설 연휴 마지막날인 18일 찾은 한국GM 군산공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택시기사 김모씨(62)는 GM 공장으로 가는 길에서 "몇 달 전부터 문 닫는다는 얘기가 있긴 했지만 연휴를 이틀 남기고 발표하니 지역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군산공장 정문에선 경비인력 한두명 말곤 사람 그림자를 찾기 어려웠다. 예년 같으면 잔업 특근차 출근한 직원들의 차량이 서 있어야 할 주차장도 텅텅 빈 채 적막했다.

정문 인근 샛길에 주차된 대형 트럭의 '말리부' 광고판을 보고나서야 이곳이 연간 26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하던 한국GM의 주력 생산라인이라는 게 실감날 정도였다. 공장 옆 철제 담장엔 72개월 1.9% 초저리할부 판매를 알리는 GM 쉐보레 군산대리점 현수막이 펄럭였다.

동문 맞은편 도로에도 흔한 새해 인사 하나 없이 '군산공장 미래 위해 함께 싸우자' 같은 빛바랜 노동조합 현수막만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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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한국GM 군산공장 직원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 /사진=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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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군산공장 인근에 GM 쉐보레 '크루즈'와 '말리부' 광고판을 부착한 화물 트럭이 주차돼 있다. /사진=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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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군산공장 폐쇄는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가동중지 결정 이후 7개월 만이다. 군산 경제의 두 축이었던 자동차와 조선산업은 2016년 기준으로 이 지역 수출 실적의 42.7%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멈춰서면서 협력업체 50개사와 함께 직원 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실직 위기에 몰린 근로자는 2배 이상 더 많은 1만3000여명 수준이다. 군산공장 직원 2000여명과 인근 1차 협력업체 35곳의 직원 5700명, 2차 협력업체 100곳의 5000명의 일터가 위협을 받게 됐다.

군산공장 생산직 직원 한모씨(41)는 "회사에선 희망퇴직 하나 던져놓곤 하려면 하고 아니면 말라는 식"이라며 "인구 26만 도시에서 가족들까지 생각하면 다섯 집 걸러 한 집이 일자리를 잃을 판인데 설 분위기가 날 수 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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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GM 군산공장 인근 산업단지에 쉐보레 군산지점에서 내건 초저금리 차량 할부 판매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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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GM 군산공장 동문 맞은편 도로에 노동조합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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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공장 주변을 2시간 남짓 둘러보는 동안 인근 협력업체에서도 기계 소리가 들리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빈 공장을 지키던 관리인은 "원청(GM)이 문을 닫았는데 연휴에 공장 돌릴 일이 있겠냐"며 "1차 협력사는 그래도 납품하는 데가 또 있으니까 낫지만 우리 같은 2차 3차 업체는 막막하다"고 말했다.

라인 정비차 출근한다는 한 직원은 "명절 떡값은커녕 한숨 쉴 일밖에 없으니 집에서도 눈치가 보여서 나왔다"며 "연휴 때야 연휴 핑계로 쉰다지만 연휴가 지나도 상황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을 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지역 내 상가 분위기도 비슷했다. 최대 번화가인 수송동 일대 음식점엔 연휴를 감안해도 손님이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식당주인은 "명절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이 지난해부터 계속 이렇다"며 "3~4년 전엔 어렵긴 해도 기업들이 버티고 있고 입소문을 타고 여행객도 찾아오면서 돈이 돌았는데 지금은 아예 돈줄이 말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GM 군산공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지역 명소 새만금 방조제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연휴 때면 차 댈 곳이 없어 도로변이 주차장이 됐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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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한국GM 군산공장 인근 식당 문이 닫혀 있다. /사진=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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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새만금 방조제에서 바라본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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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 근처 상가 밀집지역엔 빈 점포와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즐비했다. 한 횟집 주인은 "좋은 일이 있어야 놀러도 다니고 할텐데 그럴 마음이 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명절 손님이 이 정도인데 우리도 막막하다"고 말했다.

10년째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해온 공인중개사 이모씨는 "8~9년 전만 해도 신규 아파트 분양권에 1500만원씩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좋았는데 최근 몇 년 새 아파트 가격이 10% 하락했다"며 "30평형 신축 아파트를 2억원에 내놔도 산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군산 집값은 지난해 1.25% 떨어졌다. 아파트 가격은 2013년 이후 5년 연속 하락세다.

박정희 군산시의회 의장은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군산을 떠나고 이 때문에 경기가 침체되고 땅값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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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군산공장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로 가는 도로를 알리는 표시판. 두 곳 모두 가동중단과 공장폐쇄를 결정하면서 표지판도 바뀔 전망이다. /사진=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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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전북)=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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