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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짙어지는 다스 실소유주 의혹…홍준표, MB와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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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90

홍 대표, 14일 “탈당했으니 우리 당과 무관” 발언

1월 새해 인사 때는 이 전 대통령과 친밀감 과시

이명박 정권 실세중 실세 이재오, 자유한국당 입당

15대 국회때 나란히 의원직 상실하고 같이 미국생활

2007년 대선 BBK 본부장 지낸 홍 대표 책임 없을까



설 연휴를 앞둔 2월 14일 오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했습니다. 연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라는 인사를 한 뒤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특별한 내용이 없어서 언론에는 별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뒷 부분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기자 : 최순실 씨에게 중형인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공범으로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전략이나 민심과도 직결될 것 같다. 어떻게 보나?

홍준표 대표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출당시켰다. 스스로 탈당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에도 우리 당의 입장에선 언급하지 않는다. 한 분은 출당이 됐고 한 분은 탈당을 했다. 우리 당과는 무관하다.



기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물었는데 홍준표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을 묶어서 대답했습니다. 부패 혐의로 법원의 재판을 받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는 두 전직 대통령에게 자유한국당이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 대답을 했을 것입니다.

특히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급진전하면서 홍준표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홍준표 대표의 발언이 좀 놀랍습니다. “우리 당과는 무관하다”는 말이 상당히 매정하게 읽힙니다.

한겨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1월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로 예방해 이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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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이틀 전 늘 푸른 한국당의 이재오 대표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님께서 들어오면서 한국 우파진영의 통합은 이제 완성됐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재오 전 의원은 이명박 정권은 만든 ‘실세’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떼려고 해도 뗄 수가 없는 가까운 사이입니다. 그런 사람을 입당시킨 지 이틀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은 무관하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홍준표 대표는 새해를 맞아 1월 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일도 있습니다.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입니다.



홍준표 : 좌파 정권 들어서니 SBS도 뺏겼다. 지금 부산에 KNN밖에 없다. 방송을 뺏는다. KNN도 지금 회장이 물러났지 않습니까?

이명박 : 그것도 적폐네.

홍준표 : 적폐가 아니고 그건 강도다.

이명박 : 그런데 내가 볼 때는 야당을 하면서 보면 제일 어려울 때 야당을 하고 있다. 사실 안보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고 모든 사회 환경이 어려울 때 야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야당이 건강하고 야당이 힘이 있는 야당이 되면 국정에도 오히려 도움이 된다. 야당을 동반자로 생각해야 된다. 지금 여당이 옛날 야당 때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서 내가 하는 이야기다.

홍준표 : 어려울 때 야당을 하면 더 재밌다.

이명박 : 우리 홍 대표가 그래서 좋아.

홍준표 : 쉬울 때 야당을 하면 야당의 존재 의미가 없다. 어려울 때 야당을 해야지 야당 하기가 훨씬 재밌다.

이명박 : 그런데 어려울 때 정말 야당 역할을 잘해야 한다. 지금같이 외교 안보가 위중하고, 경제가 어려울 때는 하기 힘들다. 지금같이 위중할 때가 없었다.

홍준표 : 저는 새해부터는 국민들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이 정부에서 지금 추진하고 하는 건 금년부터 하는 건 핑계를 못 댄다. 전부 자기들 책임이다. 자기들 책임인데 운동권 정권이기 때문에 저는 정권 담당 능력이 없을 것으로 본다.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래서 금년에는 저희들이 좀 신나는 야당을 하겠다.

이명박 : 야당이 강하게 하려면 정부의 긍정적인 측면도 좀 얘기해야 된다. 부정적인 측면만 얘기하면 협력이 안 된다.

홍준표 : 지금 긍정적인 측면 하나 있다. 쇼는 기가 막히게 한다.

이명박 : 그것도 능력 아닌가.

홍준표 :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진실이 담기지 않은 쇼는 그뿐이다. 그래서 저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 본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서 친밀감이 느껴지십니까? 그렇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사이입니다. 우선 동문 간 의리가 끈끈하기로 소문난 고려대학교 선후배입니다.

정치 입문 뒤의 인연도 깊은 편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92년 14대 민자당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의원이 됐고 1996년 15대 총선 서울 종로 지역구에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홍준표 대표도 1996년 송파갑에서 당선됐습니다. 15대 국회에서 나란히 정치를 하던 두 사람은 선거법 위반으로 1998년과 1999년 의원직을 차례차례 상실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습니다. 홍준표 대표가 자서전 <변방>(2009년)에 이렇게 기록해두었습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해 고민을 하면서 도착한 워싱턴에서 나는 뜻밖에 반가운 분을 덜레스 공항에서 만났다. 이명박 선배님이었다. 이 선배는 선거법 위반 재판 도중 의원직을 사퇴하고 1998년 12월부터 조지워싱턴대학 객원교수로 와 있었다.”

“1972년 2월 24일 무작정 상경할 때보다 더 참담한 심정으로 워싱턴을 갔는데 이 선배를 만나 워싱턴 생활을 순탄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선배의 배려로 집도 수월하게 얻고, 중고차 구입, 운전면허 취득도 손쉽게 할 수 있었다.”

“이명박 선배와는 시간이 나면 주로 골프를 하고 골프를 못하는 손학규 선배와는 세상 이야기를 주로 하였다.”

“이때 우리는, 이 선배는 서울시장으로, 손 선배는 경기지사로, 나는 국회로 복귀하기로 했는데, 2002년 5월 지방선거에서 두 분은 각각 서울시장, 경기지사에 당선되었고, 나는 2001년 10월에 국회에 복귀하면서 세 사람이 꾸었던 워싱턴의 꿈을 모두 이루어냈다.”

“동대문 재선거 당시 이명박 선배는 15일 동안 아침 9시에 출근하여 나와 유세차를 타고 밤 8시까지 하루 종일 지원 유세를 해 주었고...”

“17대에 들어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이재오, 김문수, 내가 주축이 되어 국가발전연구회를 만든 것이었다. 이재오 의원이 제안하여 만든 발전연은 이명박 서울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단체로 언론에 알려지면서 나는 반 박근혜 3인방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2007년 대선은 이명박 대 반이명박의 싸움이었다. 그만큼 이명박 후보는 절대 강자였다. 속칭 BBK 대선으로 요약되는 지난 대선에서 나는 이 후보의 요청대로 BBK 대책본부장을 맡게 되었다.”

“2007년 11월 2일, 35명을 위원으로 클린정치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미국생활을 같이 했던 두 사람은 가족들도 잘 아는 사이입니다. 홍준표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 부인을 ‘형수’라고 불렀다가 싫은 소리를 들은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정치에서 인간적 관계나 정치적 친소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성경에서는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 부인했지만, 정치에서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일이 허다합니다. 혁명동지의 목숨을 끊기도 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하물며 6·13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지켜내야 하는 홍준표 대표 처지에서 무슨 일인들 못 하겠습니까?

그런데 홍준표 대표의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거리 두기는 과연 성공할까요? 우선 “한 분은 출당이 됐고 한 분은 탈당을 했다. 우리 당과는 무관하다”는 홍준표 대표의 발언 설득력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합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자유 한국당 후보가 됐지만 정작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근혜 마케팅’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뒤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켰습니다. 서울시청 앞에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에 가면 “배신자 홍준표를 처단하자”는 살벌한 구호가 가끔 나옵니다.

한겨레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도중 기침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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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뒤 2017년 1월 새누리당을 탈당했습니다. 그때 국립현충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직 대통령인데 이만큼 했으면 오래 했지 않았나. 그러니까 정치색을 없앤다는 뜻이 되겠지. 그렇지 않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탄핵이 임박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소속 정당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정우택 당시 원내대표가 “이 당을 망한 당으로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을 정도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탈당한 것인데 홍준표 대표는 이를 명분으로 “탈당했으니 우리 당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홍준표 대표로서는 어쨌든 두 전직 대통령이 자유한국당 당적을 갖고 있지 않으니 “우리 당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찍었던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두 전직 대통령과의 인연을 끊겠다는 홍준표 대표의 ‘야박한’ 태도가 6·13 선거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자칫하면 비겁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2008년 7월10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환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 대통령, 박희태 대표.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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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까지 몽땅 다 끌어안고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홍준표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차별화에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자서전에 썼듯이 홍준표 대표는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대책본부장과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치렀습니다.

최근 검찰 수사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였다는 의혹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줬다는 혐의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면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소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도덕적 책임뿐만 아니라 법률적 책임까지 져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표가 같이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간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너무나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대표가 ‘이명박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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