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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베도 김정은도 있는 전용기…韓 대통령은 '전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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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외교·안보 전략상 도입 필요성 대두…20년이면 전세기 계약 만료]

머니투데이

【성남=뉴시스】최진석 기자 = 7월5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독일 공식 방문과 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로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탑승한 전용기를 향해 항공사 관계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추진, 7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러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8일에는 인도·프랑스·호주와 각각 정상회담을 진행 할 예정이다. 2017.07.05. myj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떠나는 사람이 고칠 거, 돈 들어갈 일을 다 해주고 비행기도, 전용기도 주문을 해 놓으려고 했는데 국회에서 그게 기각돼 버렸어요. 비행기를 내가 못 해 놓고 가게 돼서 무척 좀 섭섭해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2008년 2월 MBC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대통령'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후임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 전용기를 끝내 마련하지 못한 아쉬움을 피력한 장면이었다. 참여정부는 국회에 전용기 구매 예산을 요청했지만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전용기를 구입할 예산이 있으면 빈곤층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반대에 막혔었다.

노 전 대통령이 아쉬움을 토로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대통령은 '전용기'가 아닌 '전세기'를 이용하고 있다. '공군 1호기', 일명 '코드 원'으로 불리는 현재 대통령 전용기는 보잉747-400(2001년식) 기종으로,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를 빌려 쓰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전세기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전세기만 이용했다. 몇차례 전용기 도입 논의가 이뤄졌지만 주로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대통령 전용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각국의 수반들은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와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 일본의 총리는 각국 순방을 갈 때 전용기 2대를 운용하며 국격을 과시한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1호'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때는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 원'이 눈길을 끌었었다.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는 ‘하늘의 백악관’이라고 불릴 만큼 우리의 전용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백악관 집무실에서처럼 비화(암호화) 통신과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췄고, 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과 85회선의 전화선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하는 트위터도 사용 가능하다.

대통령 전용기는 국가 안보를 위한 핵심 설비로 꼽히기도 한다. 군(軍)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이동시 안전을 보장하고 유사시에는 전용기에 탑승한 채 군을 지휘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국의 대통령 전용기 관련 예산은 국방 예산에 포함된다. 참모들도 함께 탑승해 정상회담 준비 등을 하는 점을 미뤄볼 때 외교를 위한 핵심 설비이기도 하다.

이같이 국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임에도 우리나라는 '전세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그치고 있는 셈이다. 국격과 국력이 높아지면서 대통령을 수행해야 할 참모진이 늘어나면서 전용기의 좌석 부족으로 청와대 참모진과 취재기자들이 별도의 민항기를 타고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한항공으로부터 임차한 대통령 전용기의 계약 기간 만료(2020년) 역시 2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대통령 전용기 도입을 다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2018년도 예산안 상정 전체회의에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무산된 대통령 전용기 구매 문제를 현 정부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조 의원은 "2020년이면 대통령 전용기 임차 계약이 만료된다"며 "입찰과 업체 선정 1년, 실제 제작이 2~3년 걸릴 것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구매할지, 다시 임차할지 결론을 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물론 여야 모두 전용기 구매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침체된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의 눈치보기와 여야 간 극심한 대립은 여전하다. 대통령 전용기 도입 논의는 또 다시 정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통령 전용기 구매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참여정부를 마무리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급한 '아쉬움'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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