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메르스 환자 '정부 배상 책임'…법원의 엇갈린 판결,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 L]]

머니투데이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엇갈린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메르스 30번 환자'로 알려진 오모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 과실을 인정,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법원은 메르스로 숨진 '38번 환자' 유족이 정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두 재판부 모두 '정부 과실'은 인정했지만 '과실 때문에 메르스에 걸렸는지'를 놓고는 판단이 갈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부(부장판사 송인권)은 18일 오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앞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한 1심 판결을 뒤집은 판단이다.

오씨는 2015년 5월 22일 발목을 다쳐 대청병원에 입원해 같은달 26일 수술을 받았다. 입원 중이던 같은 달 30일 메르스 의심 증상으로 6월1일 충남대 병원으로 옮겨져 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오씨는 대청병원에서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했다. 앞서 '16번 환자'는 대청병원에 입원하기 전, '1번 환자'가 입원 중이던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한 바 있었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가 삼성서울병원과 보건소에서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5월18일 '1번 환자'가 중동 국가 중 하나인 바레인에 다녀왔고, 증상이 메르스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도 '바레인은 발병 국가가 아니다'는 이유로 검사하지 않다가 보건소 측의 거듭된 요구에서야 검사를 했다.

재판부는 "메르스에 대한 질병관리본부 메뉴얼은 의심환자의 중동지역 방문 내력이 있으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바레인이 메르스 발병 지역으로 보고되지 않았더라도 의심환자 신고를 받고도 지체없이 진단 검사와 역학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번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 역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평택성모병원이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만 접촉환자로 신고했고, 이들에 대해서만 역학조사했다"며 "(질병관리본부가) 다른 접촉자를 확인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고 접촉자 범위를 재검토하지 않은 것은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번 환자'의 동선을 따라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역학조사관의 최소한의 성의만 있었더라도 추가 환자들이 파악됐을 것"이라며 "원고(오씨)는 5월25일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역학조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았다면 발병 전인 24일 오전까지는 '16번 환자'가 추적될 수 있었을 것이고 발병 전 격리 치료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이원)는 메르스로 숨진 '38번 환자' 오모씨의 유족들이 병원과 정부, 지자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38번 환자' 오모씨는 2015년 5월14일 대청병원에 입원했다가 6월2일 메르스 확진 판결을 받았다. 오씨 역시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썼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가 의심환자 신고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진단 검사를 지연했고 이는 재량의 범위를 일탈해 현저히 부당하다"며 정부 과실을 인정했다. 다만 "16번 환자의 확진이 빨리 나왔더라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공무원의 과실과 망인의 감염, 진단지연,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