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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금융카페] 시장 혼란과 특혜 사이…삼성전자 액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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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차 거래'는 美·日 등 선진국에 있는 사례

매매정지 없이 액면분할 땐 특혜 논란 부담

뉴스1

2018.2.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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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지난 1월 31일 삼성전자는 연간 최대 실적 발표와 동시에 더 충격적인 소식을 시장에 던졌습니다. 액면분할. 250만원으로 겨우 1주를 살 수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약 5만원으로 살 수 있다는 발표였습니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오를 것인가, 조정 기간을 거칠 것인가 등에 관심을 쏟아냈습니다. 온통 관심은 삼성전자 주가에 집중됐죠. 각 투자 카페나 블로그엔 '삼성전자를 추가 매수해야 하나'에 대해 격정적인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증권시장 시스템을 관장하는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액면분할 발표 당일, 이 기관들은 발 빠르게 삼성전자 액면분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습니다. 목표는 '시장 혼란 최소화' 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통상 액면분할을 하면 적어도 열흘 이상은 매매를 할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이 19%에 달합니다. 전체 325개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삼성전자를 담은 상품은 총 84개에 달합니다. 그만큼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은 ETF·선물 거래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TF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누구나 알 만한 종목인 데다 시가총액 비중이 크고, 더욱이 외국인의 관심도 많아 고민거리가 한두 개가 아니다"며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규정대로라면 삼성전자는 약 3주간 매매가 정지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워낙 삼성전자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아무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매매를 정지한 이후 후폭풍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라는 이유만으로 규정대로(액면분할 후 매매 정지) 하는 게 맞냐, 아니냐를 논의하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통상 액면분할 등이 결정되면 예탁결제원이 구주를 접수해 Δ주주명부 폐쇄 Δ등기신청 Δ주권교부 전 상장 신청 Δ주권용지 신청 Δ주식분할 주주명부 주권인쇄 및 납품 Δ주권교부 등의 절차를 거칩니다.

모든 기업이 액면분할을 결정해도 이런 절차를 반드시 이행합니다. 그런데 이 작업을 하는 데만 적어도 열흘 정도가 걸립니다. TF의 애초 목표는 적게는 하루, 많게는 닷새로 기간을 두는 게 목표였습니다. 현재까지 "기간 단축을 논의하는 것으로 무정차 거래(매매 정지 없이 거래)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는 게 TF의 입장입니다.

액면분할을 거래정지 없이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거래정지 없이 액면분할을 합니다. 다만 이런 나라는 전자증권을 통한 거래가 활발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명의변경 작업을 하지 않고, 전자증권으로 거래의 시작과 종료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거죠. 실제로 외국인들은 거래정지 자체를 의아하게 생각한답니다.

사실 이런 '규정'에 따른 이유 외에 정서법(法) 측면에서도 고민은 있습니다. 그야말로 '삼성'이라는 이름 때문이죠. 금융기관들이 규제를 풀어줄 때 '특혜'라는 논란에 휩싸이는 상황과 같습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때도 한국거래소는 특혜 논란의 중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거래정지 폐지를 했을 때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깁니다. TF 다른 관계자는 "TF라는 존재가 삼성이란 점도 맞지만, 삼성이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합니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엔 삼성전자 액면분할에 따른 후속 조치를 결정합니다. 특혜 논란을 벗어난 시장의 혼란이냐, 이를 감수한 강단있는 결정이냐는 그때 다시 판단해 볼 일입니다.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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