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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소주 가글’ 후 운전…음주단속 적발·법원은 ‘무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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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음주단속.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일웅 기자] 소주로 입안을 가글한 후 운전대를 잡았던 운전자가 경찰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후 법원 판결로 기사회생한 사례가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행정1단독(판사 이화용)은 A씨가 경기도북부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서 적발돼 운전면허를 잃었다.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29%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평소 치주질환 염증 등의 치료를 위해 소주를 입에 넣고 5분~10분 간 입안에 머금는 이른바 ‘소주 가글’을 한 후에 운전대를 잡았을 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게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특히 늦게나마 경찰에 채혈측정을 요구, 인근병원에서 채혈결과를 확보해 놓은 점은 A씨의 판결에 주효한 영향을 미쳤다.

A씨는 당일 경찰에 ‘단속현장에서는 정신이 없어 판단을 잘못, 채혈측정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어필해 음주단속에 적발된 지 2시간 30분만(원칙상 30분 이내)에 채혈을 마쳤다. 또 이 결과 혈중알콜농도 0.010% 미만이라는 감정결과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A씨를 상대로 소주 가글을 하기 전과 후를 실험하고 A씨 주장의 인용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로 삼았다.

통상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 후 30분~90분 사이 혈중 최고농도에 이르고 이후부터는 1시간 당 0.008%~0.03%씩 감소한다.

이를 감안할 때 A씨가 술을 마셔 혈중알코올농도가 0.129%로 측정됐다면 2시간 30분이 지난 시점에 알코올농도는 0.02∼0.075%가 감소해 0.109∼0.054%로 측정돼야 한다. 하지만 A씨의 채혈결과 혈중알콜농도는 0.01% 미만이었다는 점에 재판부는 주목했다.

또 A씨를 상대로 한 소주 가글 실험에서 가글 후 0.360%까지 높아졌던 혈중알코올농도가 물로 입안을 헹군 후 0.097%까지 떨어지는 것이 확인되면서 A씨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호흡측정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는 A씨의 주장처럼 소주로 입안을 헹궜을 때 남았던 알코올이 측정기에 감지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수치는 혈액 내 알코올농도라고 볼 수 없고 이를 비쳐볼 때 A씨의 운전면허취소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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