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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설날 전국서 화재 잇따라… 제천·밀양 트라우마에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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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관서 불 나 투숙객 5명 대피… 1명은 3도 화상 / 경기 포천과 전남 구례는 큰 산불로 주민당국 '초긴장' / 삼척 산불은 닷새만에 진화… 사투 끝 대원 13명 부상

세계일보

연휴 이틀째이자 설날인 16일 전국에서 화재가 잇따라 귀성객들이 마음을 졸였다. 지난해 충북 제천과 올 초 경남 밀양의 화재참사로 상당수 국민이 타오르는 불만 봐도 트라우마를 느끼는 터라 소방당국 등 정부 관계자들은 여느 때보다 상황을 주시했다.

이날 오후 4시20분쯤 경기 포천시 신북면 심곡리 왕방산 8부 능선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나자 시와 소방당국은 헬기를 동원해 불을 껐다. 장비 13대와 인력 33명을 동원해 불의 확산을 막는데 주력했다.

오후 3시30분쯤에는 전남 구례군 광의면 대산리 하대마을 뒷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진화작업이 3시간 넘게 이어졌다. 구례 지역은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불이 나자 소방헬기 13대를 비롯해 화재 진화용 살수차 등 10여대의 장비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119 소방대원과 공무원 등 100여 명 이상의 인력이 나서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현장에 바람이 강하고 차량 접근이 어려워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천은사 방향으로 확산하자 소방당국을 비롯해 전남지방경찰청, 구례군 등이 재난 문자를 발송하는 등 비상 체제에 나섰다. 특히 불길이 천은사 방향으로 번지고 연기가 확산하자 주변 마을 주민의 접근 예방 차원에서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구례군청은 대피 문자를 받은 주민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른 가운데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 큰 불길을 잡고 잔불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진 뒤 잔불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당국은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낮 12시28분 경북 경산시 와촌면 한 1층 규모 상가에서도 불이 나 물품과 건물 330㎡(약 100평)가 탔다. 불은 1억7000만원(소방서 추산)가량의 재산 피해를 내고 1시간 만에 꺼졌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오전 11시35분에는 대구시 서구 비산동의 한 여관 건물 2층에서 불이 나 14분 만에 진화됐다. 불이 나자 투숙객 5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50대 투숙객 1명이 배와 허벅지 등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소방 관계자는 “다친 사람은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 중인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불로 침구와 집기 등이 타 20만원(소방서 추산) 가량의 피해가 났다.

오전 9시41분에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한 다가구주택 3층 옥탑방에서 불이 나 1시간 만에 진화됐다. 화재로 20㎡(약 6.7평)가 소실되고 의류와 가재도구 등이 불에 타 소방서 추산 13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불이 나자 2층에 있던 거주자 4명이 자력으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옥탑방 내부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 영동지방은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산불로 이어져 주민들 가슴이 타들어갔다. 연휴 시작 전인 지난 11일 오후 삼척시 노곡면과 도계읍에서 각각 발생한 산불은 꺼졌다가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면서 전날 오후 5시30분까지 닷새 동안 축구장 164개 면적에 해당하는 117㏊의 산림을 초토화했다. 산불진화에 연인원 6500명이 투입돼 진땀을 흘렸다. 공중 진화헬기는 하루 최대 40대까지 투입되기도 했다.

특히 산불 현장에 투입된 삼척지역의 공무원과 군인, 경찰, 소방대원들은 설 연휴도 반납하고 진화작업을 벌여야 했다. 산불 진화대원 84명과 진화차 4대, 소방차 2대가 이날도 현장에 남아 뒷불 감시활동을 했다. 이들은 등짐펌프와 갈퀴 등의 진화장비를 가지고 산불 현장 곳곳을 누비며 다시 연기가 피어오르는지, 땅속 불씨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살폈다. 사실상 화재 현장에서 설날을 맞은 것이다. 영동지방의 다른 자치단체들도 산불 관련 부서 직원들과 전문 진화대원, 산불 감시요원 등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비상근무를 하는 등 설날 하루 24시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이 불로 노곡 67㏊, 도계 50㏊ 등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주택도 1채도 전소했다. 닷새간 악산·강풍·추위의 삼중고 속에서 사투를 벌인 진화대는 대원 13명이 낙석과 낙상 사고로 다쳤고 이 중 1명은 중상이다.

산림청과 강원도는 삼척 산불이 완전히 진압됨에 따라 이날 오전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산세가 험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완전 진화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재발화에 대비해 남은 연휴에도 인력을 현장에 배치해 뒷불 감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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