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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배우 이주화의 유럽스케치(60)]잘츠부르크에 흐르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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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여행을 하면 할수록 많은 도시들의 이야기와 우리 세 식구만의 소중한 기억이 차곡차곡 쌓인다. 어느덧 겹겹의 향기를 품은 사람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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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에서 꽃 핀 예술
잘츠부르크는 ‘유럽 북쪽의 로마’라고 불린다. 그만큼 도시 곳곳에 중세의 건축물이 많이 있다. 잘츠부르크는 잘자흐 강을 사이에 두고 구시가와 신시가로 나눠져 있는데, 구시가에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고 오르간을 연주한 잘츠부르크 대성당*과 도시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호엔짤츠부르크 성*이 유명하다. 신시가에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촬영한 미라벨 궁전과 정원*이 사람들의 발길을 부른다. 바로 영화 속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른 곳이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물의 정원으로 알려진 헬부른 궁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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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라는 이름은 소금(Salz)과 성(burg)이 더해진 것이다. 인근에서 질 좋은 돌소금이 많이 채굴되며 소금성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갖게 됐다. 작가 스탕달은 그가 쓴 ‘연애론’에서 ‘사랑은 ’잘츠부르크의 암염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다이아몬드와 같은 결정구조를 가지고 있을만큼 단단하지만 물에 잘 녹는 암염이 되기 위해서는 깊은 어둠을 이겨내고 오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무색투명한 잘츠부르크의 암염은 바다에서 재취한 소금보다 순도가 높은데, 긴 세월동안 무거운 지층의 압력을 받은 산물이다. 불같은 사랑은 그 뜨거움이 언제 사그러들지 모른다. 그러나 스탕달이 밝힌 소금 같은 사랑은 뜨거움과 차가움까지 모두 극복한 오랜 시간의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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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는 소금 광산으로 부를 축적해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예술의 혼을 꽃피웠다. 이곳에서 태어난 모차르트가 대표적인 음악가다.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엔잘츠부르크 성 아래에 옥빛 돔을 한 대성당이 있다. 그곳 광장에는 모차르트 동상이 세워져 있고 사람들이 기념 사진찍기에 바쁘다. 광장에서 사람들이 많이 걸어가는 곳을 따르면 자연스럽게 잘츠부르크의 번화가인 게트라이트 거리로 향한다. 거리 중간 쯤에 노란색 6층 건물이 눈에 띄는데, 유난히 그곳에 사람들로 북적인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생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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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리에 걸음을 멈춘다
우리는 게트라이트 거리의 끝에 있는 이름 모를 작은 성당에 들어갔다. 큰 성당 보다 작은 성당이 있으면 지나치지 않고 들어가곤 하는데, 음악소리에 발이 이끌렸다.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다니는 성당에는 따뜻함과 아늑함이 있다. 우리가 들어가자 눈인사와 미소를 보낸다. 성당의 음악소리는 기타 반주에 맞춰 대여섯명이 부르는 찬송가였다. 성당의 규모처럼 크지 않지만 자유롭고 편안하게 들린다. 모차르트 뿐 아니라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태어난 잘츠부르크는 음악의 도시가 맞다.

수 천, 아니 수 만개의 자물쇠가 달린 마카르트 다리를 건너 미라벨 정원으로 향하다 다시 발걸음을 멈춰야했다. 이번에도 그리 크지 않은 성당인데, 그곳에서 합창 소리가 들린다. 성당 문은 열려있지만, 두꺼운 커튼으로 내부가 가려져 있다. 손으로 살짝 열어보니 흰색 옷을 입은 수 십 명의 남성 합창단원이 노래를 부른다.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져 문 밖으로 나와 하모니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성당 앞에서 쓰러진 합창관련 입간판을 세우고 있던 할아버지가 팜플렛을 주며 들어가 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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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렛에는 ’친절한 합창단의 만남. 잘츠부르크 아이겐 합창협회와 미국 마이애미 대학 남성 합창단‘이라고 씌여져 있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백발의 그 할아버지는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괜찮다고, 들어가도 된다고 손짓을 한다. 미소로 화답하고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니, 뒷부분에 빈자리가 보여 앉았다. 성당의 밝은 내부를 더욱 환하게 채우는 화음소리가 여행자의 마음을 금세 평안으로 이끈다. 잠시 후, 잘츠부르크 합창협회의 합창이 끝나고 검은 턱시도 차림의 마이애미 대학 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지휘자가 간략하게 부를 노래를 설명한 뒤 시작했는데, 미국에서 온 대학 합창단의 목소리와 화음은 섬세하고 풍성했다. 진정으로 즐기며 노래하는 모습이다.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듣는 사람들까지 함께 하게 만드는 그들의 멜로디에는 어떤 강한 힘이 있었다. 다섯 번째 노래를 부를 때는 무대에서 열 명 정도가 내려와 우리 가족이 앉아있는 성당 입구쪽에 섰다. 합창단이 나눠져 양쪽에서 노래를 시작하자 마치 내가 음악의 한 가운데 있는 듯 감동이 밀려왔다.’아, 온 몸으로 음악을 듣는게 이런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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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린다. 합창단원 중에는 휠체어를 탄 청년이 한 명 있었는데, 사실 처음부터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동료들은 가장자리에 위치한 그를 배려하며 내내 노래를 불렀다. 아름다운 화음이 귀를 감동시켰다면, 서로를 믿고 배려하며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모든 합창이 끝나고 난 뒤, 나는 일어나 오랫동안 박수를 보냈다.

*잘츠부르크 대성당
744년 건축되었고 1958년 화재로 소실된 후 1655년 재건되었다. 성당 외관은 밝은 대리석의 밝은 느낌이고 건물 양쪽에 높이 80m의 탑이 대칭을 이룬다. 성당내부에는 1만 명이 들어갈 수 있고, 이곳의 파이프오르간은 유럽에서 가장 크다. 해마다 7월이 되면 성당앞 모차르트 광장에서 짤츠부르크 음악제가 열린다.

*호엔잘츠부르크 성
잘츠부르크 구시가지 남쪽 묀히스베리크 언덕에 위치해 도시 어느곳에서도 잘 보인다. 성의 높이는 120m이며 1077년 게브하르트 대주교가 남부 독일 제후의 공격에 대비해 창건했다. 17세기까지 수차례 개축되었는데, 중부유럽에서 파손되지 않고 보존된 성채중에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매월 5월이 되면 성 안의 3 개 콘서트 홀에서 실내악 행사가 열린다. 그곳에는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사용한 수동식 파이프 오르간이 보존되어 있다.

*미라벨 궁전과 정원
1606년 대주교 볼프 디트리히가 사랑하는 여인 잘로메 알트를 위해 지었다. 원래 이름은 알테나우 궁전이고 18세기 개축된 뒤 미라벨 궁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세기 화재로 복원당시 바로크 양식에서 단순한 고전양식의 건축물로 변경됐다. 1959년 이후에는 시청사로 사용되었다. 건물 내부에는 모차르트가 6세때 연주한 대리석의 방이 있는데, 오늘날에도 실내악 연주회가 열리고 있다. 주변의 아름다운 미라벨 정원은 결혼식 장소로 명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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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화는 지난 1년간 잠시 무대를 떠나 유럽을 비롯해 세계각지를 여행했다. 추억의 잔고를 가득채워 돌아온 뒤 최근 <인생통장 여행으로 채우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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