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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배우 이주화의 유럽스케치(55)]가족이 있어 지치지 않는다-유럽자동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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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크로아티아에서 출발해 슬로베니아를 지나 오스트리아 그라츠로 향한다. 자동차로 5시간이 걸리는 장거리다. 자동차 여행은 자유롭다. 가다 서다를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일정을 우리 가족에게 맞게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를 타고 가는게 어린아이에겐 조금 힘들고 지루할 수 있다. 휴게소나 쉼터에서 쉬어가지만, 대부분 자동차라는 공간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게 쉽지 않다. 국경을 넘어 이동하거나, 스페인처럼 넓은 곳에서는 이동 시간 자체가 길다.

여행 초반에는 2시간 정도, 길어도 3시간을 넘지 않는 거리를 자동차로 이동했다. 장시간 운전을 가능한 피했다. 핸들을 번갈아 잡은 나와 남편도 피곤하지만, 특히 아이가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득이하게 일정상 4시간이 넘어가는 거리를 운전하는 경우가 생기곤 했다. 그래도 경험이 쌓이고 적응을 하며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

아이는 노트북으로 애니메이션을 봤다. 자신이 좋아하는 트롤, 빅히어로, 달의요정 뮨, 쥬토피아 등을 봤다. 시간이 지나며 다들 몇 번씩은 본거 갔다. 아이는 트롤에 나오는 노래를 익혔고, 빅히어로에 나오는 대사를 자연스럽게 외웠다. 특히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천공의 성 라퓨타, 마녀 배달부 키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은 유럽이 배경이라 더 좋아했다.

아이는 우리가 듣는 팝송도 여러 번 듣다보니 흥얼거린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에이스 오브 베이스의 더 사인과 아바의 맘마미아다. “신이 나서 좋다”고 한다. 덕분에 반복 듣기로 몇 백번은 들은 것 같다. 꽂히면 그것만 하려고 하는 성격은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다.자동차로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자주 쉬었다. 도착 시간이 늘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이름 모를 마을에서 잠시 쉬는 것도 자동차 여행의 묘미다.

음식과 간식은 사 먹다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게 됐다. 우리 가족이 모두 한식을 좋아해, 볶음밥이나 주먹밥을 아침에 만들어 출발했다. 된장국이나 고기양념이 남으면 그것을 베이스로 비빔밥도 만들었다. 음료수는 시원하게 먹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숙소에 냉장고가 있으면 전날 미리 얼려두었다. 그런데 자동차 조수석 앞의 수납공간에 넣어둔 물건이 차가운 걸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 에어컨을 작동하면 냉기가 그곳을 지나가면서 냉장고 기능을 하고 있었던거다. 그걸 알게 된 뒤로 음료수와 과일, 김치까지 넣어두고 다녔다.

우리 가족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었는데, 자동차 여행은 같이 있는 시간을 더 늘어나게 한다. 그것도 더 좁은 공간에서. 서로 말하지 않아도 뭘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인다. 남편은 내가 힘들까봐, 조금 더 운전을 하려고 한다. 내가 핸들을 잡으면 내비게이션을 보고 미리미리 방향을 알려준다. 딸아이는 운전하는 엄마 아빠를 위해 주변에 멋진 풍경이 보이면 얘기해 준다. 아이가 애니메이션을 보면, 나는 듣고 싶은 음악이 있어도 라디오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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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족 여행을 하다 보니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어디가 좋았고 무엇이 기억 남는지, 앞으로 가게 될 곳에 대해 대화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 간의 관계가 더 끈끈해진다. 세세한 부분까지 더 많은 걸 알아가게 된다. 자동차라는 좁은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더 배려하게 되었다.

3~4시간이 넘어가는 장거리 운전은 힘들다. 익숙한 곳이 아닌 처음 가는 낯선 도로에서 안전을 생각하며 달리다 보면 신경 쓸 게 많다. 만약 혼자였자면 무척 힘들었을거다. 그러나 내가 운전하다 힘들면 옆에서 남편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고, 뒤에서는 딸아이가 힘을 내게 한다. 그래서 우리가족은 힘들어도 이 여행에서 지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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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화는 지난 1년간 잠시 무대를 떠나 유럽을 비롯해 세계각지를 여행했다. 추억의 잔고를 가득채워 돌아온 뒤 최근 <인생통장 여행으로 채우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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