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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 직접 고용, 왜 계속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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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입주민과 경비원들 간 상생을 위한 관련 규정 마련돼야]

머니투데이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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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9일 경비원 전원을 해고했다. 이에 따라 41개동 3130세대의 경비원 107명을 28명으로 줄이고 용역업체를 통해 관리원 70여명을 새로 채용하기로 했다.

대표적 부자 동네로 알려진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최근 재개발 이슈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 그런데도 앞장서서 경비원 전원 해고와 용역업체 위탁으로 전환한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를 위한 구실을 만들어줬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주장하나 경비원들은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3월 경비원 40여명은 휴게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8억원대의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바 있다.

경비원들은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면서 용역전환 결정과 해고 의사표시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냈다.

아파트 관리 규약에 의하면 5천만 원 이상의 용역 계약시에는 전문적 자문을 거친 다음 자문결과 보고서를 입주자 등에게 공개해야 한다. 위탁 형식으로 바뀌면 용역회사에 지급하는 연간 비용이 35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나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런 절차적 과정을 생략한 채 경비원 전원 해고를 결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용역전환이 입주자대표회의의 내부적 의사결정이라며 각하를 했고, 해고절차를 중지시켜 달라는 요구는 기각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다가 용역업체 위탁의 간접 고용으로 전환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에는 현대아파트 41개동 경비를 100여명의 경비원이 담당했다. 아파트 1동당 2명 이상의 경비원이 번갈아 업무를 했다. 경비원 수가 28명으로 줄면 아파트 3동을 2명의 인원이 담당해 방범 효과는 현저히 줄어든다. 경비원이 자주 바뀌면 입주민들의 주거 안전성도 떨어진다.

또한 용역업체에 의해 채용되는 관리원 70여명은 경비업무를 제외한 주차관리, 택배, 재활용 분리·정리 등의 업무를 하루 3교대로 하게 된다. 그러나 경비원과 관리원으로 이원화된 체제가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경비원과 관리원이 경비와 주차·택배 업무를 같이 한다면 경비원 수를 줄이기 위한 편법으로 위탁전환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경비원들의 고용보장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용역업체 고용 특성상 다른 아파트로 이동시키거나 해고하기가 쉽다.

입주자대표회의는 해고통보서에서 “용역업체로 전환해도 전원 고용과 기존 급여 보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용역업체에 위탁하면 용역 수수료가 들어 오히려 비용이 증가한다. 고용 보장은 한시적으로 용역업체 위탁을 합리화하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높다.

입주자대표회의가 법원에 제출한 18차 회의록을 보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고용보장을 1년간 해줘야 하나 그 많은 인원을 끌고 가야 하는지는 1년이 지난 다음에 판단해 더 줄일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용역업체 위탁은 경비 어려움과 비용 증가를 가져온다. 그럼에도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 전원 해고를 굳이 강행한 것은 직접고용에 따른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 때문이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게 되면 경비원들의 근속 연수에 따른 임금과 퇴직금 증가가 부담이 된다. 또한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은 입주자나 관리주체 등이 경비원에게 해당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장기 비용을 줄이고 주차관리 등 불법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용역업체에 의한 간접 고용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실제로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아파트가 드물고 거의 대부분은 용역업체에 의한 간접 고용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배포한 ‘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에 의하면 전체 응답수 108곳 중에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는 2곳에 불과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정한 용역업체가 고용한 경우가 84곳이며, 관리회사가 고용하는 형태가 22곳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경비원들이 신청한 가처분 소송을 맡았던 ‘법무법인 여는’ 노종화 변호사는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에 따르면 경비업무는 아파트 관리주체가 담당한다. 어떤 고용 형태든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자치관리)이나 주택관리업자(위탁관리)가 경비원을 지휘·감독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주체가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아파트 경비원 급여는 대부분 최저임금선상에 위치한다. 그러다보니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삼아 경비원을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 매년 벌어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입주민과 경비원들 간 상생을 위해서는 공동주택관리법 상에 경비원 간접 고용을 제한하거나 정년 등 근로조건 안정을 보장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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