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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재용 독대 시점 따지다 ‘청탁 뇌물’ 놓친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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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1심·이재용 2심 모두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 불인정

법조계 “독대 전후 사정 살폈다면 다른 결론 나왔을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의 뇌물 공여 혐의가 이 부회장 항소심에 이어 ‘비선 실세’ 최순실씨(62) 1심에서도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다. 두 재판부 모두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 자체를 부정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66)의 독대 시점에 초점을 맞추다가 본질을 놓친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열린 최씨의 1심 판결에서 삼성으로부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의 지원금을,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의 후원금을 받은 혐의(제3자뇌물죄)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제3자뇌물죄는 공무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며 제3자에게 대신 뇌물을 준 경우 처벌한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하며 최씨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인정돼야 죄가 성립한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 자체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지목됐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4개 현안이 2015년 7월25일과 2016년 2월15일 독대 이전에 종결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부회장 재판에서 삼성 측이 내세웠던 주장이다.

합병이 결정된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는 2015년 7월17일에 열렸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의 독대는 그 열흘 뒤에 이뤄졌다. 그러나 이 두 인사의 회동은 2014년부터 있었다. 또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은 청와대가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라며 압박을 가한 정황도 재판에서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실무선에서 이미 조율이 됐을 수도 있는데, 3번의 독대를 기준으로 부정한 청탁을 끼워 맞추다 보니 무죄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편의를 봐준 뒤 사후에 뇌물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은데 재판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독대 이후에 추진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등 6개 현안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묵시적 청탁도 인정하지 않았다. 10개 개별 현안들이 이 부회장 승계작업을 목적으로 추진됐다는 점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승계작업은 범행 성립 여부와 관련해 중대한 의미를 가지므로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고 명확해야 하고 개괄적이거나 광범위한 내용의 인식만으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 부회장이 상황은 거의 비슷한데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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