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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첫 골' 그리핀 "결과 아쉽지만 우리팀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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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일본 경기에서 단일팀 랜디 희수 그리핀(37번)이 득점에 성공하자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강릉=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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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터트렸다. 하버드 출신 귀화선수 랜디 희수 그리핀(30)이 희망을 쐈다.

세라 머리(30·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한국 22위·북한 25위)은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일본(세계 9위)과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1-4(0-2 1-0 0-2)로 졌다. 하지만 0-2로 뒤진 2피리어드 9분31초, 그리핀이 단일팀의 올림픽 첫 골을 성공했다. 그리핀이 슛한 퍽은 일본 골리 몸에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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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일본 경기에서 패한 단일팀의 랜디 희수 그리핀이 아쉬워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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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은 198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듀크대에서 생물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을 이수했다. 하키스틱을 잠시 내려놓았던 그리핀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뛰기 위해 지난해 특별귀화했다. 미들네임에 어머니 이름 '희수'를 넣었다. 등번호 37번은 외할머니 김효숙씨가 태어난 연도인 1937년에서 따왔다. 외할머니가 빙판 위에서 뛰는 손녀의 등번호를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핀은 엉덩이 부상을 당해 최근 몇주동안 'X'자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훈련했다.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앴다. 이날 일본전에서는 골까지 맛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오늘 경기 소감은.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오늘 우리 팀이 보여준 퍼모먼스는 자랑스럽다. 지금껏 일본과 한 경기 가운데 최고였다. 우리팀이 많이 발전한 것 같다."

- 첫 번째 골 득점 이후 어떤 생각이 들었나.

"골을 넣고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득점한 이후 마음에 들고 만족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기에 패해 아쉬움이 있다. 2피리어드 역전 기회도 있었는데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더 크다."

- 머리 감독이 팀내 소통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선수 입장에서 볼 때는 어땠나.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영어 단어를 쓰는데 익숙하지만 북한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팀 내에 조수지라는 훌륭한 통역사가 있다. 북한 선수들도 노력을 해주고 있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도 벤치에 앉아 있는데 북한 선수들이 라인체인지, 페이스오프 같은 단어를 쓰고 있더라.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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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일어나 응원하는 북측 응원단 [강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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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선수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에 대해서.

"북한 선수들도 저희와 같은 사람이고 여자 하키 선수다. 특별하지 않다. 밥을 먹을 땐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남자친구가 있냐는 등의 대화를 나눈다."

- 가족들이 매 경기 찾아와 응원을 해주는데.

"올림픽을 가족과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부모님께서 내가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게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감사드린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나를 5살 때까지 키워주셨다. 많은 도움을 주셨다."

- 오늘 득점이 남북한과 미국, 3개국을 대표한 골이라고 할 수도 있다. 미국인으로서 북한을 대표해 골을 넣었다고 할 수도 있는데.

"이상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나는 팀을 대표해 골을 넣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득점한 것도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계기는.

"98년 나가노올림픽 때 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였다. 10살 때다.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자는 아이스하키를 할 수 없었다. 1998년 올림픽이 모든 걸 바꿔줬다. 이후 부모님이 내가 아이스하키를 하는 걸 응원하면서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아직 한국에 아이스하키 선수가 많지 않고, 문화도 발전하지 않았지만, 다른 종목을 하고 있는 젊은 선수가 아이스하키를 하고 싶어한다면 내가 키워주고 싶다. 그렇게 하다보면 전체적으로 한국의 하키 문화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코칭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선수생활이 마감된다면 코칭할 것 같다. 한국에서 이런 경험을 한 것도 코치를 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강릉=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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