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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의 나직한 인터뷰]“책방도 후다닥 차렸죠 그 전에 죽을까봐…제 모든 일이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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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읽어본다’ 시리즈의 편집자인 김민정은 요조(37)를 두고 “멍게 속살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찌르면 찌르는 대로 가지고 있는 걸 뱉어내는 친구더라고요. 연예인 하기 힘들었겠다 싶었어요. 문인들은 ‘적당히’ 글 쓰는 게 몸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요조는 몸을 통과해 글을 내요.”

요조가 최근 펴낸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난다)은 ‘읽어본다’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읽어본다’는 “매일 한 권의 책을 ‘만지는’ 사람들이 매일 한 권의 책을 ‘기록하는’ 이야기”를 표방한다. 필자들은 6개월간 매일 책에 관한 이야기를 일기처럼 써야 했다. 요조는 2007년 정식 데뷔한 가수이자, 2015년부터 독립서점 ‘책방무사’를 이끄는 서점 주인이기도 하다. ‘읽어본다’의 기획 취지에 부족함이 없다.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는 요조를 최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 ‘눈이 아닌 것으로 읽는다’니 대체 뭘로 읽었다는 말인가요.

“눈으로 읽지만, 그 이전에 직관적으로, 자연스럽게 아는 독서를 한다는 뜻에서 지은 제목이에요. 특히 여성에 대한 책을 읽을 때 더 그런 기분이죠.”

- 매일 다른 책을 소재로 글을 쓰기가 힘들진 않았나요.

“고통스러웠습니다. 창작의 고통이 아니라 성실의 고통. 이 책을 쓰기 위해 일상이 책을 중심으로 돌아갔거든요. 어디를 가도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 와선 행복하지만, 글 쓰는 과정이 행복했냐고 묻는다면….”

- 잡지, 독립출판물, 시집, 어린이책같이 다양한 책들을 다룹니다. 책은 어떻게 골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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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두 가지입니다. 장강명 작가와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서 선정하는 책을 읽습니다. 그 책을 다 읽어야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어요. 평소 자주 읽던 종류가 아닌 책을 읽을 땐 고통스러울 때도 있어요. 너무 두꺼워서 고생하기도 하고요. 최근엔 페미니즘 고전 <백래시>를 읽었는데 무려 800페이지였어요. 또 하나는 제 책방에서 파는 책들을 읽습니다. 소개하고 싶거나, 소개해야 할 것 같은 책들이죠.”

- 페미니즘 책들을 많이 읽으셨더라고요. <나쁜 페미니스트>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킹콩걸>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제 책방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책들이 페미니즘 관련 서적입니다. 별로 관심이 없다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페미니즘에 눈을 돌렸어요.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니까 그때부터 다른 소수자들의 목소리도 들렸어요. 요즘은 인권 서적도 많이 들여놓았습니다.”

- 데뷔 때부터 따라다닌 ‘홍대 여신’ 칭호에 불편을 느낀다고 하신 것도 그러한 맥락인가요.

“음악생활 하는 내내 그 별명이 불만이었어요. 늘 불쾌했는데 이유를 몰랐죠. 사람들에게 ‘홍대 여신’이라 불리는 게 기분 나쁘다고 얘기하면, ‘너 예쁘다는 건데 왜 그래’ ‘홍대 여신 수식어 없이 네가 이 자리에 있겠니’라는 반응이 이어졌어요. 그래서 겉으로 얘기 안 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다가 페미니즘을 통해 그 불쾌함의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홍대 여신’은 명백히 여성을 대상화한 별명이고, 저도 음악 정체성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진 거잖아요. 페미니즘은 제게 언어를 찾아줬습니다.”

요조의 책방무사에서 파는 책들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요조가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예정이거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가져다 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책방무사는 독자의 수요를 고려하는 서점이라기보다는, 요조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서가의 느낌이 강하다. 요조는 “일부러 시간 내서 들르는 책방인데 흔한 베스트셀러를 발견하면 재미가 없을 것”이라며 “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목받지 못한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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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무사는 2015년 가을 서울 북촌에서 문을 열었고, 지난해 11월 제주 성산읍으로 옮겨 개장했다. 북촌 시절엔 오가는 행인이 우연히 들르기도 했는데, 제주로 옮긴 뒤엔 워낙 외진 지역에 있어 찾기 쉽지 않다. 주로 서점 앞 초등학교 아이들이 들러 놀다가곤 한다. 책방무사 이후 방송인 노홍철, 전 제일기획 부사장 최인아, 아나운서 김소영 등이 서점을 열었으니, 책방무사는 ‘명사 독립서점’의 가장 앞줄에 선 셈이다.

- 책이 왜 좋나요.

“먼저 책 말고도 재미있는 건 많다고 말하고 싶어요. 책 안 읽어도 사는 데 지장은 없어요. ‘책 안 읽으면 안된다’ ‘책을 읽어야 교양인이다’라고 훈계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책은 보고 싶은 사람이 보는 거죠. 다만 확신에 차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책은 재미있다’는 말입니다. 책은 너무너무 좋아요. 제가 대학 다닐 때 친구가 별로 없었어요. 공강 시간에 갈 데가 없어 도서관에 갔고, 그때 한 권씩 읽으면서 ‘읽는 근육’이 생겼어요. 전공이 불문학이라 프랑스 작가 책을 많이 읽었고,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일본 소설도 좋아했어요. 나중에 한국 소설, 시도 찾았습니다. 그러다가 ‘독서인간’이 됐어요.”

-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방을 운영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일 텐데요.

“사람마다 그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 중심이 되는 메시지가 있을 거예요. 제가 책방을 하고 싶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이유는 ‘책방 하기 전에 죽을까봐’였어요.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졌어요. 그래서 일단 일을 벌였어요. 처음 구상한 지 반년 만에 책방무사의 문을 열었으니…. 임대료, 수익 같은 건 나중에 생각했어요. 책방뿐 아니라 제가 하는 모든 일이 그래요.”

- 제주로 책방을 옮긴 이유는요.

“제가 제주를 너무 좋아해요. 진작에 가고 싶었는데 요즘 너무 많이들 가서 좀 참았어요. 그러다가 못 이기고 2년 전부터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살기 시작했고요, 책방도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옮겼어요. 서점 운영은 남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요.”

요조의 가수 데뷔는 우연에 가까웠다. 재즈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친구가 음반의 가이드 보컬을 해달라고 해서 불러줬다. 이후 정식 보컬을 영입할 줄 알았는데, 친구는 그 노래를 그대로 발매했다. 그 노래들이 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바나나 쉐이크’ ‘샐러드 기념일’이다. 이후 요조는 도넛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장에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가 울려퍼지는 걸 들었다. 도넛을 사먹는 여고생들의 “노래 좋다”는 평을 듣고 뮤지션이 돼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2007년 ‘요조’라는 예명으로 정식 데뷔했다. 예명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의 주인공에서 따왔다.

- <인간실격>이 그리 좋았나요.

“그땐 그 책하고 저를 완전히 동일시했어요. 책 속의 요조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안아주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30대 초반에 다시 읽으니 좀 못마땅했어요. ‘으휴, 왜 그렇게 사니’ 하는 마음도 들고…. 책 속의 요조는 똑같은데 10년 사이 전 변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40대에 한 번 더 읽어보려고요.”

- 뮤지션으로 사는 건 좋은 일인가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겠어요. 그래서 뮤지션으로 살다가 음악을 그만두는 사람이 대단해 보여요. 4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그만두고 취직한 친구가 있는데, 전 그 친구가 실패자가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으로 보이더라고요.”

- 10년 사이 음악환경은 꽤 많이 변했는데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됐다고 생각하다가도, 트렌드를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니 아예 그 속도를 따라잡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지난해 만든 앨범 <나.아.당.궁>은 제 속도를 지키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었어요. 음반과 함께 단편영화를 선보인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고요.”

- 음악은 어떤 순간에 만드나요.

“음악가마다 출발 지점이 다를 텐데, 전 노랫말부터 씁니다. 음악가마다 갖는 공포가 달라요. 누군가는 노래를 못 부를까봐, 누군가는 연주가 안 좋을까봐, 누군가는 좋은 멜로디를 못 쓸까봐 무서워해요. 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을까봐 두려워요.”

요조는 책에 “늙어서 잘 살기 위해서 오늘 먹고 싶은 아메리카노를 참지 말자”고 적었다. 일본의 노인 빈곤을 취재한 <탈, 노후빈곤>을 읽으면서는 불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늘의 중요성’은 잊지 않는다.

- 정말 ‘오늘만 살겠다’고요? 나이가 들면 건강이나 경제적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보통의 현실 감각을 가진 사람이 ‘오늘만 산다’는 생각을 실천하긴 쉽지 않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서점 매출이 좋지 않다거나 할 때면…. 그래도 먼 미래의 안 해도 되는 고민까지 끌어와서 하지는 않으려 노력해요. 항상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상기하려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내 메시지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책에는 요조 동생의 죽음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온다. 요조의 동생은 18세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떴다. 요조는 동생의 별명을 손목에 타투로 새겨 기렸다. 이미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요조는 먼저 떠난 동생을 여전히 그린다.

- 꼭 그렇게까지 기억해야 하나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타투를 했고요. 아무리 극적인 사건도 살다보면 잊혀진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혹시 동생이 잊혀질까봐 무서웠어요. 그런 강박이 있어서인지 노래나 글에 의도치 않게 죽음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 언제 가장 행복한가요.

“행복에 대한 질문에는 얼마든지 꾸며서 답할 수 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우리는 이미 행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태어난 것 자체가 의미 있고, 그래서 행복이라는 상태 안에 있어요. 그 안에서 희로애락을 겪겠지만, 행복은 이미 대전제입니다. 내가 행복한가, 불행한가 질문할수록 행복하고 멀어질지도 모르겠어요. 전 아예 그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

<백승찬 기자·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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