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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김정은의 팔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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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간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14일 조간신문에 일제히 실렸다. 사진에서 김여정은 두 손으로 김 위원장의 팔짱을 끼고, 김 위원장은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의 손을 팔목째 껴안듯 잡고 있다. 김 위원장의 표정도 온화하다. 김 위원장이 어디 나들이라도 갔다온 삼촌과 여동생을 만나는 듯한 분위기다. 이복형을 암살하고, 고모부를 처형한 잔혹한 지도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김 위원장의 ‘친근한 이미지’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지 지도에서 남녀 주민·군인들과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는가 하면 핵개발 과학자를 등에 업어주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무표정한 얼굴에 여군과 팔짱을 끼고 사진 찍는 게 고작이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공개석상에 부인 리설주를 동반하는 것도 김정은 시대의 특징이다. 인간적이고 주민을 사랑하는 지도자상을 연출하려고 하는 의지가 드러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소 소장은 김 위원장이 대남유화메시지를 전할 때마다 리설주를 행사장에 대동한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최근 대외 행보는 놀라움 그 자체다. 혈육인 김여정을 남한에 특사로 보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이만큼 대담하게 표출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김여정의 2박3일 방남 행적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말수는 적었지만 도도하면서도 잔잔한 미소를 띤 표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경계한다. 미국에서도 ‘북한 미소작전 경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3일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김여정은 북한 선전선동부 수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면한 북핵 위기 속에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화난 표정으로 미국 본토와 한반도 핵공격을 거론하며 위협하는 것보다는 ‘작전’일지라도 미소 짓는 게 나아보인다. 언젠가 북·미관계가 호전되면 김여정이 미국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사진 찍는 날이 올지 모를 일이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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