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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 개헌일정 확정, 구경만 하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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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위를 출범시키고 정부 개헌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정해구 위원장은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3월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안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기자회견에서 국회가 합의에 실패하면 정부가 개헌안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획위는 대통령의 개헌구상에 맞춰 정부발(發) 개헌열차를 출발시켰다고 볼 수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개헌구상을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 “관제개헌 독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독자 개헌안에 속도를 낸 것은 야당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하지만 지나친 압박은 야당을 자극하고, 불필요한 정쟁을 야기할 수 있다. 헌법자문특위는 앞으로 한 달간 4차례 전체회의를 열고 시안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너무 빠듯한 일정이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다해도 116석의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국회 통과는 불가능하다. 어차피 개헌은 정당합의로 할 수밖에 없다. 시간에 쫓겨 서두를 일이 아니다. 경향신문 여론조사에서도 개헌 국민투표를 ‘가급적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답(47.0%)이나 ‘무리해서 함께할 필요는 없다’는 답(46.5%)이 큰 차이가 없었다.

개헌안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논의를 주도하고 시민의 뜻과 정부안을 모아 만드는 것이 최선이자 순리다. 정부가 개헌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이 발의해도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이제 정부의 개헌일정이 확정된 이상 더 늦기 전에 국회는 개헌에 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각당이 개헌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견이 다른 부분은 협상과 토론을 통해 조율하면 된다. 개헌 시기만이라도 합의한다면 국민적 공감대 속에 차분히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바깥에서 진행되는 개헌 논의를 구경만 할 거라면 국회는 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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