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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쇼트트랙 ‘실격 주의보’…반칙 판정 엄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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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민정이 범했다는 ‘임피딩 반칙’

“몸·손으로 막기·밀기” 규정 모호

최종 판정에 심판 권한 막강

피해자 부탱도 “잘 기억 안 난다”

남은 6종목서 철저한 대비 필요



한겨레

14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심판이 최민정의 반칙이라고 판정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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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겨울올림픽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실격 경계령’이 내려졌다. 내심 쇼트트랙 남녀 전 종목(8개) 메달을 기대했던 대표팀이 이번 대회 두번째 결승이자 ‘에이스’ 최민정(20·성남시청)의 첫 경기에서 뜻밖의 실격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사고’는 지난 13일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일어났다. 3위로 출발선을 나선 최민정은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코너에서 추월을 시도했다. 가공할 스피드로 외곽을 크게 돈 최민정은 앞서 안쪽 라인을 타던 킴 부탱(캐나다)을 단숨에 제친 뒤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전광판에 나타난 비디오판독 결과 최민정은 실격처리됐고, 3, 4위로 들어온 야라 판케르크호프(네덜란드)와 킴 부탱이 은메달과 동메달을 가져갔다. 당시 추월 장면을 보면, 최민정은 회전 반경을 줄이기 위해 왼손으로 킴 부탱의 왼발 아래쪽 바닥을 짚었다. 자리를 뺏긴 킴 부탱이 곧바로 최민정을 손으로 밀어냈지만, 심판진은 최민정의 손이 먼저 킴 부탱을 방해했다고 봤다. 김선태 대표팀 감독은 “심판진은 최민정이 왼손으로 킴 부탱의 왼쪽 무릎을 건드리는 ‘임피딩 반칙’을 범한 것으로 봤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민정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마지막에 (1위 아리안나 폰타나와) 부딪친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킴 부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킴 부탱도 “(반칙 장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판들이 카메라 영상으로 판정을 내렸지만, 정작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반칙이라고 인지하지 못한 셈이다. 쇼트트랙은 커브가 있는 111.12m 길이 트랙을 빠른 속도로 돌며, 암암리에 격렬한 신체접촉을 벌이는 경기여서 그만큼 판정이 중요하다.

문제는 반칙에 대한 쇼트트랙 규정이 엄밀하지 않고, 판칙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심판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데 있다. 실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을 보면, ‘방해하기 반칙’(impeding)에 대해 “한 선수가 자신의 몸 일부를 이용해 다른 선수를 가로막기, 어깨 또는 손으로 밀기, 방해하기 등을 하는 것”이라고 모호하게 규정했다. 게다가 심판에게 상당히 강한 권한을 줘 한번 판정이 내려지면 사실상 번복이 불가능하다. 김 감독도 “비디오판독 뒤 발표된 판정은 바뀌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김동성을 상대로 한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2010년 밴쿠버올림픽 여자계주 결승에서 심판진의 석연찮은 반칙 판정으로 잇따라 금메달을 놓치는 등 반칙과 악연이 잦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의 ‘안방 이점’ 대신 전 종목 석권을 막기 위한 ‘견제성 판정’으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심판진은 첫 경기에 앞서 출전국 코치진에게 “인코스 추월을 시도하면서 손을 쓰는 반칙을 엄격히 잡아내겠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이경 <에스비에스>(SBS) 해설위원은 “최민정의 ‘손쓰기 실격패’와 비슷한 사례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남녀 대표팀에게 아직 6개 종목이 남은 만큼 경기 외적인 변수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릉/홍석재 기자, 김태규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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