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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2조 적자’ 쌓일 때…미국 본사로 1조5천억 흘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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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무엇이 공장폐쇄 위기 불렀나

경영실패 안 팔리는 차

지난해 신차 크루즈·볼트 2종뿐

선호도 높은 스포츠 실용차 전무

미국 본사에 과도한 지출 구조

5년간 누적적자의 76%가 본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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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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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GM)의 위기는 신차 부진과 제품 라인업 부족을 초래한 경영진의 실책에다 미국 지엠 본사로의 과도한 수익 이전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지엠의 경영 실적 등을 보면, 지난 5년간(2012~2016년) 한국지엠의 누적적자는 2조원에 이르고 지난해에만 6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쌓아놓은 자본금을 모두 소진해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52만여대의 자동차를 팔아 전년보다 판매 실적이 12% 줄었다. 한때 연간 판매량이 100만대에 육박했던 것에 견주면 거의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지엠의 실적이 이렇게 부진한 데는 우선 수출과 내수에서 차가 안 팔린 탓이 크다. 경쟁 업체에 비해 신차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타격이 컸다. 한국지엠이 지난해 출시한 신차는 ‘올 뉴 크루즈’와 ‘볼트 전기차(EV)’ 2개 차종뿐이다. 신형 크루즈는 양산을 시작한 지 사흘 만에 에어백 부품 불량 문제로 생산을 중단하는 수모를 겪었다. 선호도가 높은 스포츠실용차(SUV) 라인업은 부재했고, 기존 모델의 노후화는 판매 부진과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지엠은 매년 6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이 연간 1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쓴 것에 견주면 상당한 액수임에도 신차를 제대로 내놓지 못한 것은 경영진의 실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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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은 한국지엠의 적자가 높은 인건비나 낮은 생산성 때문이 아니라 한국지엠이 지엠 본사에 지급하는 과도한 비용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가 감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국지엠의 2012~2016년 누적적자 1조9787억원 가운데 76%에 해당하는 1조5067억원은 지엠 본사로 흘러갔다. 본사가 한국지엠에 빌려준 돈에 따른 이자비용이 4955억원, 지엠이 유럽·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들어간 비용 부담분 5085억원, 연구개발비·구매비용 분담금 3730억원, 본사 업무지원비가 1297억원 수준이다. 노조는 “이런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였어도 적자가 이 정도 규모에 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노조는 “한국지엠은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로 2조9926억원을 썼는데 본사로부터 받은 돈은 4771억원에 그친다”며 “비슷한 외국 투자 기업인 르노삼성의 경우 연구개발과 관련해 같은 기간 본사로부터 7990억원을 받고 7205억원을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소형 스포츠실용차 트랙스나 전기차인 볼트도 한국지엠이 개발한 차종으로 꼽힌다. 그러나 볼트는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미국에서 생산돼 수입되고 있는 차다. 사무지회 관계자는 “우리가 비용을 들여 개발한 차종은 한국에서는 생산하지 않고 로열티만 본사가 챙겨 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의사결정의 경위와 구체적인 경영정보를 노조가 요구해도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지엠과의 협상 테이블에선 이전가격 논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가격은 다국적 기업에서 여러 나라에 흩어진 관계회사들이 제품·서비스를 주고받을 때 적용하는 가격이다. 지엠의 경우 본사는 부품 등 원재료 가격을 비싸게 넘기고 한국지엠이 만든 차는 싸게 받아 한국지엠의 경영난이 가중됐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지엠 경영난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 고비용 구조도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동차 업체별로 생산 차종이 틀리고 설비 자동화 수준이나 근로자 평균 숙련도도 각기 달라 단순히 추정 비교해서 생산성이 낮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지엠의 부실 원인과 책임 문제는 앞으로 지엠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지엠이 경영 실패의 원인은 가려놓고 그 책임을 한국 정부와 노조에 돌리고 있기 때문에 그냥 끌려가서는 안 된다. 실태 파악을 제대로 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선 박태우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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