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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명행에 이윤택도…연극계 '성추행' 미투 고발 잇달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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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행 배우(왼쪽) 이윤택 연출가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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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인 이윤택(66)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과거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과거 성추행 전력이 드러난 것은 공연에서 하차한 배우 이명행에 이어 두번째다.

누리소통망(SNS)을 통한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운동으로 유명 배우와 연출가의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면서 연극계가 충격에 빠졌다. 연극계의 미투 운동은 유명 연극배우 이명행 씨가 지난 과거 성추행 논란으로 지난 11일 사과문을 내고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 특히 성적 불쾌감과 고통을 느꼈을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저의 잘못된 행동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후회스럽고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에서 이 씨가 2년 전에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추가 폭로됐다. 연극인 A모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명행 배우가 2년 전에 조연출인 자신을 성추행했던 사실을 상세히 밝혔다. A씨는 이 글에서 극장 위쪽에 있는 대본 리딩 공간으로 노트북을 가지러 갔는데 (이명행 배우가) 따라와서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명행 배우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과음을 해서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 미안하다"는 미온적 반응을 들어야 했다고도 했다.

이명행 배우의 '성추행 논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공연계 거물급 인사에 관한 추가 폭로가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전파됐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국립극단이 연극계를 대표하는 유명 연출가 B씨를 극단 직원들이 반대해 제작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고 제보했다. 국립극단 직원들이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해 B씨를 국립극단 작품에서 참여시키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유명 제작사 대표 C씨가 자신이 소유한 극장에서 막내 스태프를 무릎에 앉혀 키스를 요구한 사건이 있었다"며 "추후 사과하면서 조용히 넘어간 일도 있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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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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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는 이명행 등의 기사를 접하고 14일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10여년 전 성추행 사실을 알린 김 대표는 "오늘 그 연출이 성추행했고 국립(극단) 작업을 못하는 벌 정도에서 조용히 정리가 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여전함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많이 고민하다 글을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과거 연극 '오구' 지방 공연에서 이 연출이 숙소인 여관방에 불러 안마를 시키더니 성기 주변을 주무르라고 했다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 대표는 이 일을 계기로 극단에서 탈퇴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연출가는 이윤택 연희단거래패 예술감독으로 확인됐다.

이에 연희단거리패의 김소희 대표가 14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윤택 연출가가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근신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리 10여년전 일이라고 하더라도 덮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는 모두 페이스북 글 공개 이후 이날 새벽부터 논의한 결과"라고도 말했다.

국립극단은 논란이 계속되자 '출연금지' 연출가가 연극계의 거장 이윤택씨임을 같은 날 공식 확인했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기사에 나온 걸 보면 (이윤택 연출가임을) 다들 아시겠죠"라며 "국립극단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극단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성매매, 가정폭력, 성폭력 등 4대 폭력 예방교육을 연간 4회 진행해왔다"며 "또 '2018-19' 시즌단원들도 전문강사에게 관련 교육을 수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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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 페이스북 사과문 수정내역 갈무리


이윤택씨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연희단거리패는 14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출가 이윤택의 발언이 포함된 사과문을 게재했다가 질책이 이어지자 해당 발언을 삭제하기도 했다. 연희단거리패는 14일 오후 1시께 올린 첫 사과문에서 "지난 날을 반성하고 모든걸 내려놓고 근신하겠습니다 -이윤택"이라는 문구와 함께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5일까지 공연예정이었던 '수업'과 예정된 모든 공연을 중단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사과문을 본 네티즌들은 진정성이 없다며 질책을 이어갔다. '사과문엔 자기가 누구한테 무슨 짓을 했고 앞으로 어떻게 반성할건지 들어가는게 기본인데 뭘 사과하실건지?'(이**) '극단 대표님께선 그동안 이 사태를 전혀 모르고 계셨다고 하실건가요? 잠시 문닫는 선에서 끝날 문제인건지, 제대로 된 답변을 주시는게 그동안 연희단을 믿고 지지했던 팬들에 대한 예의 아닐까요? 그리고 가해당사자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일절 하지 않으시는건가요?'(서**) 등이 댓글이 이어졌다.

이에 연희단거리패는 사과문 게시 1시간만에 이윤택 연출가의 글을 삭제한 뒤 다시 게시했다. 그러나, 네티즌의 질책은 그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최고라고 생각하는 극단이었는데 이런 처신 정말 실망'(김***) '합당한 처벌을 받으세요'(안**)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혜화동1번지 6기동인 중 한명인 송경화 연출가는 연극계가 이번 사태에 침묵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연출은 "어떤 관객의 글을 봤다. 앞으로 공연을 보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공연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이것은 연극계 성폭력이 수면위로 올라와야 하는 이유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다면 목격자도 있을 것"이라며 미투 운동에 동참을 호소했다. '개인의 예술세계와 도덕성은 분리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한 송 연출은 "우리는 너무 많은 폭력의 순간을 관습처럼 외면해 왔을 것"이라며 "(앞으로) 외면하지 말자. 침묵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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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 30스튜디오 매표소 앞©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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