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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에 그려진 그라피티의 주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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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연방법원, 예술가의 소유로 판결

개발업자가 예술가 21명에게 670만 달러 배상

낙서도 예술작품으로 인정된 사례

건물 담벼락에 누가 몰래 낙서를 그려넣었다면 낙서의 주인은 누구일까. 최근 뉴욕의 법원에서 그 누구나 예술 작품이라고 인정하는 경우 건물주가 아니라 예술가의 소유라는 판결이 나왔다. 벽에 그려진 낙서도 예술작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판결이다.

1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뉴욕 연방법원은 그라피티(낙서) 예술로 유명한 퀸즈의 롱아일랜드시티 5포인츠 건물 재개발 과정에서 건물에 그려진 낙서 작품을 훼손한 개발업가가 이를 그린 예술가 21명에 대해 670만 달러 (약 74억원)를 배상할 것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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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가 진행되기 전 그라피티의 메카로 불리던 시절의 5포인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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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포인츠 건물은 과거 공장으로 쓰였지만 1993년부터 그라피티 예술가들이 전면에 벽화를 그리면서 낙서 예술의 메카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러나 건물주의 재개발 계획에 따라 지난 2013년 10월 철거작업이 본격화됐고, 현재는 40층 짜리 고층 건물이 건설중이다.

이 건물은 영화 ‘나우 유 씨 미(Now You See Me)’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 경찰을 따돌리는 장소로 활용돼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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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우 유 씨 미'에 나온 5포인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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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건물에 낙서를 한 예술가들이 철거 계획에 맞서 항의 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자 개발업자가 간밤에 예고도 없이 흰색 페인트로 벽화를 모조리 지워버린 것이다.

예술가들이 실의에 젖어있는 틈을 타 철거가 진행되자 21명의 예술가는 2014년 개발자인 제리 워코프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영상예술가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영상예술가저작권법은 타인 소유의 건물 또는 장소에 그려졌거나 제작된 공공예술을 보호하는데 활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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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새 낙서가 흰색 페인트로 지워진 5포인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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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업자는 새 빌딩에 거리 화가를 입주시키고 작품 공간도 제공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자신들의 작품이 무참하게 지워진 것에 반발한 예술가들을 무마하지 못했다.

퀸즈에 거주하는 뉴욕시민들도 지하철 7호선을 타고 다니면서 늘 마주치며 익숙했던 건물과 낙서들이었기에, 하루아침에 낙서가 지워지고 건물이 철거되면서 상실감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예술가들의 변호사는 개발자가 낙서 등의 작품을 흰색 페인트로 칠하기 전 이것을 그린 예술가들에게 90일 전에 통보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개발사 측 변호사는 소송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이미 건물의 재개발과 철거 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맞섰다. 게다가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작품과 다른 작품들에 변경을 가했기 때문에 작품을 훼손한 것은 오히려 예술가들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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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 롱아일랜드시티내 5포인트 자리에 올라가고 있는 고층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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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배심원단은 지난해 11월 “개발자가 예술가들의 작품을 훼손했다”는 결론을 내렸고, 재판을 맡은 프레더릭 블록 판사는 이날 이들의 낙서를 예술작품으로 인정하고 개발자가 21명의 예술가들에게 67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예술가들의 변호사는 “이같은 그라피티가 드디어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았다”고 자평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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