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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닥에서 설 연휴 맞는 연세대 청소노동자들…학교 측과 협상은 아직도 ‘답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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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본관을 점거하며 농성 중인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찬 바닥에서 설 연휴를 맞게 됐다. 지난달 16일 점거농성을 시작한 지도 한 달째다. 연세대 측과 청소노동자들은 몇 차례 협상도 진행했지만 매번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며 소득 없이 끝났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개강 이후인 3월까지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본관에는 100여명의 청소노동자들이 바닥에 앉아 “연세대를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들이 앉은 자리의 뒤쪽 벽에는 이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담긴 쪽지들이 붙었다. 건물 한쪽에는 숙식 해결을 위한 전기밥통과 보온물통, 온풍기도 놓였다. 지난 한 달 동안 한파 추위를 버텼던 이들은 이제 설 연휴를 맞이해서도 변함 없이 농성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 이경자 분회장(66)은 “30일째 이곳에서 숙식하며 학교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설 연휴 기간에도 점거를 이어간다”고 말했다.

학교 측과의 협상은 ‘공전’만 계속하고 있다. 지난 12일 연세대측과 청소노동자들은 설 연휴 전에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한 마지막 협상을 했다. 양측은 “협상에서 정말 많이 양보했지만 상대방은 무리한 요구만 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노동자 측 관계자는 “학교가 기숙사 리모델링을 해야 하니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배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도 들어줬다”며 “정년퇴직한 31명 전원의 자리를 채우라는 입장도 15명 정도를 신규 채용하는 것으로 양보했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 측 관계자는 “청소노동자들이 학교와 도급계약을 맺은 용역업체가 마음에 안 든다며 철수시키라는 것까지 들어줬다”며 “더 채용할 필요가 없는 청소노동자도 소수를 신규 채용 하는것으로 양보했다”고 말했다.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신규채용 인원의 차이는 1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지난해 청소노동자 임금을 830원 올려주는 대신 정년퇴직자들 자리는 감원하는 것으로 용역업체와 합의를 했다”며 “민주노총도 이 사실을 알고 암묵적으로 동의해놓고 이제 와서 시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관계자는 “학교가 공식적으로 정년퇴직한 사람들 자리를 감원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적이 없다”며 “용역업체가 청소노동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 측은 “학교 주장대로 정년퇴직자를 알바로 대체하기 시작하면 내년에는 37명 정도가 알바로 대체된다”며 “이런 식이면 몇 년 안에 연세대 청소노동자는 모두 ‘알바’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 분들을 무한정 줄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연세대가 고려대나 이화여대에 비해 청소·경비 노동자가 300명정도 많아 적정선이 될 때까지 줄여나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연세대가 보내온 입장문에 따르면 2017년 연세대 청소·경비 용역 인원은 모두 714명이었다. 연세대는 지난해 이들에게 총 226억을 지급해 개인별로 일부 차이는 있겠지만 1인당 3163만원을 지급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분회장은 “1인당 지급액 산출 근거를 밝히라”며 “실제 청소노동자들이 받은 돈은 월 160만원 정도다”고 반박했다.

연세대와 직접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관계자는 “청소노동자들이 제공받는 상여, 식비, 4대보험, 퇴직금 등을 합하면 학교측이 그 정도를 부담한다”고 말했다. 해당 용역업체는 최근 홍익대에서도 청소노동자를 해고해 마찰을 빚은 곳으로 총 지급액에서 자신들이 관리 운영비 명목으로 가져가는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노동연구원 김기선 연구위원은 “연세대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정부가 ‘비정규직 대책’을 세우며 고민하는 부분들이 집약된 사례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부가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보호할 수 있지만 민간 부분에는 마땅히 적용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청소노동자들이 조금씩 양보해 합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연세대는 신입생 예비교육(OT)이 한창이었다. 신학과 신입생 ㄱ씨는 “학교에 걸린 플랜카드는 봤지만 청소노동자와 학교가 정확히 어떤 이유로 싸우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며 “잘 해결돼서 3월에는 싸움 없는 학교에 다니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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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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