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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아리아리] "밖에서 친절한 한국인 SNS에선 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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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 임효준(22)이 금메달을 땄을 때 네덜란드 싱키 크네흐트(29)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제는 시상식에서 크네흐트가 자신의 옆에 있던 임효준에게 손가락 욕을 한 것 같은 장면이 포착됐다.

크네흐트는 선물로 받은 수호랑 인형을 옆구리에 걸치고 금메달리스트 임효준(한국체대) 등과 사진 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했는데, 이때 그의 가운뎃손가락이 펼쳐졌다. 향하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우연히 나온 자세라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일부는 의도된 욕설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다. 그는 2014년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에게 손가락 욕설을 한 적이 있다. 남자 5000m 계주에서 빅토르 안에게 밀려 우승을 놓친 크네흐트는 양팔을 하늘로 뻗어 자축하는 빅토르 안을 향해 양손 가운뎃손가락을 뻗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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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네흐트 인스타그램 캡처


물론 크네흐트는 “오해일뿐 의도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국에서는 김일성 가면 등 다른 이슈가 더 커서 크네흐트 손가락은 대서특필되지 않았다.

지난 13일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취재중이던 기자에게 네덜란드 신문 ‘Leeuwarder courant’의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 크네흐트 행동이 얼마나 공분을 사고 있는지에 대해서다. 주요 신문사는 지면으로 다루지 않았고 통신 등 온라인 매체에서 기사화하고 댓글도 200개 정도여서 기자는 “큰 이슈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 기자는 크네흐트 인스타그램을 보여주면서 “한글로 된 욕설이 엄청 많아졌다”며 “밖에서 만나면 친절하고 상냥한 한국인들인데 SNS에서는 굉장히 무섭게 변하나”라고 되물었다.

기자는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와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나온 에드윈 카르도나의 인종 비하 행동과 그 이후 한국팬들의 SNS 대응에 대해 알려줬다. 그리고 “모든 한국인들이 SNS 공격을 가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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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부탱. 강릉=연합뉴스


네덜란드 기자의 우려가 또 한 번 현실화됐다. 쇼트트랙 여자 500m 동메달리스트 킴 부탱(23·캐나다)의 인스타그램이 한국인들의 댓글로 폭발했다. 함께 몸싸움을 벌인 최민정(20·성남시청)은 실격당했는데 부탱은 그러지 않아서다.

최민정은 이날 여자 500m 결승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3위로 스타트를 끊은 최민정은 두 바퀴를 남겨 놓고 아웃코스로 추월해 2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바퀴에선 선두 아리아나 폰타나(28·이탈리아)와 경합을 펼쳤지만 22㎝ 차로 역전에 실패했다.

하지만 최민정은 실격됐다. 심판진은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최민정이 킴 부탱의 진로를 방해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우리 스태프가 분석하기로는 두 바퀴를 남긴 코너 상황에서 최민정의 손이 킴 부탱의 진로를 방해한 것이 실격 사유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쇼트트랙에서는 실격 사유에 대해 심판진이 공식적인 멘트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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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부탱 인스타그램 캡처


킴 부탱은 결국 인스타그램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욕설이 난무한 게시글을 내렸다. 캐나다 CBC는 “한국인들이 심판 대신 부탱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최민정의 억울함에 대신 분노해주는 한국팬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과도한 인신공격성 SNS테러는 선수에게 또 다른 상처로 남는다.

강릉=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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