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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각지대, 흔들리는 상아탑]<중>익명의 공간서 '비공식 고발'…2차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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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몰리는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SNS에 피해 사실 제보
각종 루머·무분별 공유로 2차 피해
실제적 사건 해결 불가능
학내 상담센터는 '있으나 마나'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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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김지희 수습기자, 이은결 수습기자] 대학 내 성범죄 관련 예방·상담활동을 비롯해 고발 등 후속조치까지 지원하는 상담센터의 존재감 부재 속에 피해 학생들은 '익명'의 공간으로 내몰리고 있다. 공식 기관이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 자신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공간에서 '비공식 고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구제가 어려운 데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 전파로 인한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14일 국가인권위원회ㆍ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등에 따르면 2011년 0.87건에 머물던 대학 내 평균 성폭력 신고 건수는 2015년 2.48건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성범죄가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 확산과 개인적 고충,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신고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불어온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운동은 피해자들에게 더는 참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생들은 학내 공식 상담센터 대신 여전히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대나무숲' 등을 통한 익명 고발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 사례도 있다. 2016년 서울 소재 A여대 축제 현장에서 외부 상인이 학생을 성희롱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목격한 한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사실을 올렸고, 피해를 당한 학생은 댓글을 달아 증언을 요청했다. 서로 휴대전화 번호를 공유한 이들은 학생회에 이 사실을 알렸고, 학생회 측은 해당 노점상을 퇴출시켰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 같은 경우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에 있다. 학내센터 등 공식기관을 통하지 않는 탓에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통한 가해자 처벌보다는 온라인상 논란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특히 무분별한 공유로 2차 피해가 이뤄지거나 명확한 사실이 아님에도 사실처럼 퍼져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초 B대학 '대나무숲'에 이 학교 성추행 피해 학생이 제보 글을 올렸으나 무분별하게 내용이 외부로 공유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특히 사건 해결은커녕 각종 루머가 퍼지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졌다. 비슷한 시기 C대학 학생이 타 여대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대나무숲'을 통해 알려졌는데, 가해 학생이 소속된 학과 학생회에서 사과문을 내놓자 오히려 이 내용을 두고 온라인상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두 실체적 사건 해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피해 학생들이 의지해야 할 학내 전문상담센터들의 존재감은 떨어지는 실정이다. 센터의 처리방식에 불만이 있거나 무용지물이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학내 전문상담센터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피해 학생들에 대한 올바른 조치가 이뤄지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노정민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대표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상담센터가 제 역할을 하는 학교도 있지만 사건처리 경험이 부족해 협의회로 문의하는 학교도 많다"며 "교내 센터의 존재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학생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지희 수습기자 ways@asiae.co.kr
이은결 수습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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