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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그는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연극계 번지는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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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연극배우 이명행이 성추행 논란으로 출연 중인 연극에서 중도하차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유명 연출가가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극계에서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급속히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14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여 년 전 지방 공연 당시 자신이 겪었던 일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글에서 “여관방을 배정받고 후배들과 같이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밤이었다. 내가 받았고 전화 건 이는 연출이었다.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 왜 부르는지 단박에 알았다. 안마를 하러 오라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김 대표는 당시 이 연출가가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며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안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고 적었다. 김 대표는 이후 이 연출가가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요구했고 ‘더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방을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를 마주치게 될 때마다 나는 도망 다녔다. 무섭고 끔찍했다. 그는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이 연출가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지방 공연했던 연극이 ‘오구’였고 ‘지방 공연을 마치고 밀양으로 돌아왔다’고 언급했다. 글에 등장하는 연출가가 현재 국내 연극계의 대표적인 연출가인 이윤택씨임을 암시한 것이다. 앞서 이 연출가는 국내 대형 극단에서 작업할 당시 극단 직원을 성추행해 해당 극단이 이 연출가의 작품을 공연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해당 극단측은 연출가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당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피해자가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아 앞으로 그 연출가를 극단 공연에 참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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