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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설] “여보, 나 다시 취업했어”…제2의 인생 시작하는 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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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뭐 먹고 살지’… 은퇴 후 방황과 좌절

- 재취업 하늘의 별 따기 “고3처럼 공부했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올해 설에는 가족들에게 취업 턱 좀 내려고요.”

취업에 성공한 20대의 얘기가 아니다. 3개월 전 재취업에 성공한 50대 안병진(가명ㆍ 58) 씨는 요즘 가장 행복하다. 지난 5년 간 계속된 사업 실패로 방황하던 그는 최근 건물 청소 일을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눈 마주치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야 당당해졌다”고 말한다.

14일 설 연휴를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제 2인생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치열해지는 5060 재취업 경쟁 속에서 일자리를 거머쥔 이들이다.

▶ 사업실패 끝에 찾은 소중한 일자리…“자식들 용돈 줄 수 있어 기뻐” = 새벽 4시 반, 안 씨는 작은 봉고차에 몸을 싣는다. 차에는 청소 일에 필요한 걸레와 청소도구들이 가득하다. 3개월 전 건물 청소 일을 시작한 그는 아직 새벽에 일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추운 겨울 어두컴컴할 때 눈을 뜨는 것은 곤욕이다. 몸은 천근만근인데다 졸음과도 싸워야 한다. 하지만 안 씨는 “일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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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취업에 성공한 안병진(가명ㆍ 58) 건물청소 일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세희 기자 say@heraldcorp.com]


청소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는 안 해본 일이 없다. 1997년 IMF때 떠밀리듯 회사에서 나온 뒤 그는 곧바로 운송회사를 차렸고 꽤 잘 나가는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었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빚더미에 앉았다. 그 후 고난의 연속이었다. 건강기능식품 판매, 독서실, 음식점 등 끊임없이 도전했지만 실패였다. 사업에 뜻을 접고 수십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어렵사리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그는 돈을 버는 것 자체보다 가족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는 “취업준비 하기도 바쁠 텐데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니는 딸을 보면서 마음이 찢어졌다”며 “이제는 용돈도 쥐어줄 수 있게 돼 좋다. 원래 아버지란 자존심 빼면 시체아닌가”라고 웃었다.

▶59세 늦깎이 수험생, 하루 10시간 공부 끝에 공인중개사 되다 = 30년 가까이 은행에서 근무하던 이종덕 (60) 씨는 지난 10일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렸다. 작년 겨울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그는 공인중개사로서 막 첫 발을 내디뎠다.

늦깎이 재취업 준비생의 열정은 무서웠다. 지난해 봄부터 시험에 뛰어든 그는 6개월 동안 학원, 독서실을 다니면서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했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니었다. 내용도 어려운 데다 암기해야 할 게 산더미였다. 그는 “여러 과목을 하다 보면 전에 공부한 것은 5일만 지나도 다 까먹었다”며 “그저 가족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도 끊고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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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대 수험생들이 재취업을 위해 책과 씨름 하고 있는 모습.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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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끝에 정확히 59세에 그는 공인중개사가 되었다. 합격 소식은 20대에 처음 직장을 얻을 때보다 더 달콤했다. 합격자 발표가 나던 날 온 가족이 모여 발표를 기다렸다. 합격을 확인하는 순간 모두가 소리 질러 환호했다.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는 잃었던 활력을 되찾았다. 그는 은퇴 후 내내 무기력함에 시달려야 했었다. 그는 “앞으로 적어도 30년은 더 살 텐데 뭘 하고 살아야 하나 답을 찾지 못한 채 세상에 덩그러니 내버려진 기분이었다. 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쓸모 없는 존재가 되는 것 같아 숨이 막혔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에게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아침마다 나갈 곳이 있다는 게 첫째로 좋고,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마지막으로 용돈도 벌 수 있어서 좋다”고 일 예찬론을 펼쳤다.

이 씨는 최근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많아졌다. 공인중개사로서도 인정받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봉사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그는 “이제 남은 인생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열심히, 즐겁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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